지연 운항에 한국어 안내방송 없고 결항땐 日승객과 차별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한국계 항공사 임직원들이 일본계 LCC를 탑승한 뒤 '0점'이라는 혹평을 내놨다.
항공기 지연 운항에 결항까지 이뤄졌지만 형식적인 대응과 무책임한 담당자들의 고압적 태도 앞에 승객들의 권익은 하늘로 날아갔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ㄱ'항공사 임직원 2명은 지난 9일 2박3일 일정으로 도쿄를 방문한 후 11일 인천행 에어아시아재팬 항공기(JW893편)에 올랐다.
하지만 항공사는 한국어 방송을 하지 않았다. 또 탑승예정시간보다 약 30분 늦은 14시10분에 탑승이 시작됐다.
이들은 한국형 저비용항공사(LCC)와 달리 모든 서비스가 유료로 이뤄지는 일본계 LCC에서 식사를 체험하기 위해 점심도 굶고 탑승했다. 하지만 계기판이 이상하다는 기장의 설명과 함께 항공기는 주기장으로 향했다. 승객들은 대기해야했다. 승객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을 하거나 음료 제공 등의 서비스도 없었다.
15시18분 정비사들이 기내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상 작동의 원인은 찾지 못했다. 모든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어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일본어와 일본식 영어만이 방송을 채웠다.
다시 공항 게이트로 나온 승객들은 16시45분에나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아연실색했다. 이때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 한 명이 나왔으나 설명은 없었다. 통상 한국 국적 항공사의 경우 항공사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지연이나 결항에 대해서는 음식 쿠폰 등 추가서비스를 한다. 하지만 추가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차별논란도 불거졌다. 항공사 측은 출발 예정시간을 30분이나 지나서야 결항한다는 답변을 했다. 이후 일본 승객과 외국인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일본인 42명은 바로 나가서 짐을 다시 찾고 국내선 카운터에서 환불 또는 일정 변경을 진행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출국카드를 다시 돌려주고 일본 입국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해서 대기했다. 2명의 항공사 직원이 한명씩 승객 이름을 불러가며 출국카드를 나눠줬다. 여직원들의 작은 목소리는 침착했으나 들리지 않았다. 외국 승객들은 입국심사 후 B-2에서 짐을 찾고 다시 입국장으로 나갔다.
하지만 국제선 터미널에는 에어아시아재팬의 카운터가 없었다. 다시 국내선으로 이동해 국내선 카운터에 줄을 서서 환불ㆍ변경ㆍ포인트 전환 등을 진행해야 했다.
먼저 빠져나간 일본인들 덕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 승객들은 다음날 아침 부산편이나 모레 항공편을 이용해야 했다. 항공편을 기다리는 동안 승객들은 모든 비용을 본인 주머니에서 꺼내야 했다. 심지어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승객들에게 화를 내며 환불이나 변경, 포인트 전환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본사 직원 매니저로 보이는 외국인 직원은 팔짱까지 끼고 승객들을 대했다.
무책임한 태도에 승객들은 다시 한 번 황당한 표정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 대학생 승객 5명은 "오늘 한국으로 돌아갈 줄 알고 현금을 다 써버렸고 카드도 없는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얘기하면 어떻게 하냐"며 "잘 곳도 먹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 승객은 홋카이도에서 도쿄 경유 한국으로 여행을 간다며 한국에 이미 호텔 숙박비를 결제했는데 이용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한 서양남자는 "한국에 이미 호텔예약이 돼 있고 그 비용을 날리게 생겼는데 이 바보 같은 회사는 나한테 해줄 게 아무 것도 없냐"며 화를 냈다.
하지만 항공사 측은 이에 맞서 화를 내면서 "회사 방침상 도와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승객들은 공항에 24시간 머물 수 있다"고 답했다.
결국 승객들은 물 한 잔 얻어먹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여학생 1명을 포함한 5명의 한국 대학생들은 결국 공항에서 노숙했다.
에어아시아 측은 이에 대해 "일본인만을 배려해 내보낸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어를 쓸 줄 아는 스탭을 더 고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결항시 호텔이나 항공편 등등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변이 없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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