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인규 다비치안경체인 대표, 대전 (구)산업은행 건물에 스토리 있는 안경사박물관 추진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안경을 테마로 한 안경사박물관이 국내 처음 대전에 들어선다. 대전시 동구 중동 대전 대표 근대 건축문화재인 구(舊) 산업은행 대전지점(국가등록문화재 제19호)이 안경사박물관으로 탈바꿈한다.
안경사박물관은 지난해 6월 공매로 나온 이 건물을 사들인 김인규(51) 다비치안경체인 대표의 꿈이었다.
김 대표는 2005년 이 건물을 빌려 다비치안경 대전점과 아카데미교육장으로 써왔다. 김 대표는 “부산서 시작해 27년을 안경과 함께 했다”며 “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서 안경관련 박물관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부산에 있는 300여점의 안경자료들을 기본으로 외국까지 나가 안경유물을 찾을 생각이다. 그는 “언제 누가 썼던 안경이라며 전시하는 것은 둘러보면 그만”이라며 “여기에 테, 렌즈, 콘텍트렌즈의 발전, 안경 역사, 패션의 변화 등 스토리가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풀어냈다.
그가 생각한 안경사박물관과 근대문화재인 다비치안경 대전점은 안성맞춤 같이 어울렸다.
이 건물은 1912년 한성은행 대전지점을 처음 설치했던 자리에 1918년 10월 조선식산은행 대전지점으로 신축하고 1937년 12월에 지금의 건물을 준공했다.
일제강점기 관청의 분위기와 비슷한 르네상스풍의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견고하고 근엄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건물이다.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으로 이뤄져 있다.
최상단의 코니스등 수평띠를 통한 수평선의 강조, 출입구나 창 주위의 화려한 세부장식으로마감했다. 건물에 쓰이는 대리석은 독일, 러시아에서 가져왔다. 이런 역사적인 건물이어서 매각과 훼손의 우려가 컸다.
김 대표는 대전점의 리모델링공사를 하면서 못 하나 쓰지 않았다. 전국의 모든 다비치안경원 바닥이 흰색이지만 이곳만은 옛 모습 그대로인 대리석바닥이다.
김 대표는 “건물임대비용보다 리모델링에 드는 돈이 더 많았다”며 “국가문화재이어서 내부리모델링하면서 인테리어를 떼어 내면 원형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을 고치지 않은 대신 주변을 바꿨다. 일제시대 때부터 있던 철망을 없애고 주차장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조경에만 2억원 넘게 들어갔다. 덕분에 건물이 돋보였다.
건물을 34억원에 사들인 뒤 지하에 안경사박물관을, 2층에 아카데미를 계획했다. 문화재를 원형보존하면서 아카데미를 운영하기 위해선 남는 공간이 지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습기, 배수 등에 문제가 있었다. 박물관을 설치하기엔 건물규모도 작았다.
김 대표는 “지하에 박물관을 해놨다고 해서 가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봤다. 형식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됐다”며 “문화재를 보존하면서 전시공간을 늘이는 방법은 증축 뿐 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만들자는 생각에 이 건물 전체를 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증축은 구(舊)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을 ∏자 모습으로 둘러싼 뒤 위로 건물을 올리는 방법이다.
비공개로 입찰을 했다가 알맞은 작품이 없어 이달 중 공모를 시작한다. 공모기간은 5~6개월이다.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증축이라 기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지난주 문화재청 자문을 받았다.
김 대표는 “근대문화재를 살리면서 건물을 올리는 건 세계 처음일 것”이라며 “공모 당선작에 대해 상금도 내걸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유명건축가들과도 의견을 나눴다. 건축가들은 설계가 가능하다는 답을 내놨다. 이들도 공모에 참가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기업입장에서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수입만 가져가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일”이라며 “내꺼라 생각하기 전에 후배들 것이란 생각으로, 대전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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