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오늘까지는 선수다. 경기를 앞두고 향후 계획을 말하는건 선수의 자세가 아니다."
짐짓 담담한 척했지만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부산 KT)이 정든 코트에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서장훈은 1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KB국민카드 프로농구 2012-13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잡은 지 26년 만이자 프로 데뷔 16년 만의 은퇴다. 최후의 불꽃을 태웠다. 이날 33점을 퍼부으며 팀의 84-79 승리를 이끌었다. 7629명의 올 시즌 최다 홈관중도 떠나는 영웅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서장훈은 1990~2000년대 한국 농구의 독보적인 선수였다. 2008년 하승진(KCC·221㎝)의 데뷔 전까지 국내 최장신 센터로서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냈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연세대 1학년이었던 1994년 팀을 농구대잔치 사상 첫 대학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프로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1998-99시즌 삼성에 입단, 프로에 데뷔한 그는 15시즌 동안 총 여섯 팀에서 688경기 2만 2834분 3초를 뛰었다. 통산 1만3231득점과 5235리바운드는 모두 역대 최다 기록이다. 각 부문 2위와의 격차도 워낙 커 당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는 후배들은 물론 외국인 선수에게조차 귀감이 됐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선 국가대표로 나서 중국을 꺾고 연장 접전 끝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경기 후 열린 은퇴식. 자신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을 볼 때부터 그의 눈가는 촉촉히 젖였다. 인사말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서장훈은 "감사합니다. 너무나 부족한…"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른 그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라며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이어 "키워주신 부모님, 마지막까지 배려해주신 전창진 감독님과 함께 있어 외롭지 않았다"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한편 이날 경기장엔 그와 오랜 친분을 나눈 가수 싸이가 찾아와 격려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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