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사실상 정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자금결제를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된 영향이다.
경기침체로 111층 랜드마크 빌딩을 비롯, 23개의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쏟아부을 자금여력도 없고 이윤창출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어서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기대감이 사라지자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물론 금융사와 건설사 등 투자자들에까지 일파만파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4일 용산역세권개발(AMC)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금융투자프로젝트(PFV)는 지난 13일 만기 도래한 2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가 났다.
겉으론 31조원 규모의 개발 사업이 59억원의 어음 이자를 못내 좌초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경기 불황에 따른 사업성 악화와 사업주도권을 둘러싼 대주주간의 갈등 등이 난맥상을 연출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출자사들간 막판 협상을 통해 정상화 가능성도 남아있으나 디폴트 직후 투자자들간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는 등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많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코레일이 고의 부도를 낸 것"이라고 했고,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 파트너로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다. 더 이상 협상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받아쳤다.
사업성도 보장할 수 없고 투자자들도 서로 손 떼기 바빠 현재의 개발사업은 정리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상 개발사업이 백지화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드림허브 안팎에선 이미 파국의 수순을 밟고 있는 분위기다. 코레일은 토지 반환 협약 이행 후 자본잠식에 대비한 자산재평가 방안을 디폴트 직후 국토해양부에 보고했고, 대주단은 2조4167억원 규모의 유동화 증권에 대한 원금 상환을 요청키로 한 상황이다. 통합개발 대상으로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서울시와 코레일 등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아울러 직접 피해당사자인 코레일과 롯데관광 등 출자사들은 자본금을 건지기 위한 법정 소송 절차에 착수했다.
토지 반환 협약 이행 후 코레일은 경기 상황에 따라 외부투자자 유치를 통한 독자개발이나 사업의 전면 백지화 등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해외투자자를 유치할 경우 용산 사업의 새판짜기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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