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이 그림을 사는 이유는 정말 순수한 미술작품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사는 경우와 그림을 투자로 보고 되팔기 위해 사는 두 가지가 있다. 후자는 진정한 의미에서 컬렉터라 부를 수 없다.
그러나 분명 그림은 순수한 취미의 대상을 넘어 재산을 증식하는 재테크적인 측면을 가진 투자 대상이 분명한데 우리는 이런 측면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미술품 투자도 활성화되어 있어야 보다 바람직한 미술품 컬렉터들이 늘어나고 이것은 곧 미술품 투자의 큰 매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컬렉터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통틀어 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매우 빈약한 숫자이다. 그것도 최근 몇 년 동안 이 숫자는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다.
흔히 예술품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한 번은 예술가의 손에서 태어나고 또 한 번은 그것을 느끼고 향유하는 일반 감상자나 컬렉터에 의해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컬렉션은 예술을 향유하고 완성된 예술작품에 또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하나의 소중한 문화행위로써 그 가치가 높다. 이 컬렉션의 행위가 매우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고 훌륭한 문화 행위가 된다는 것은 새삼 증명하거나 설명할 가치조차 없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예술품과 문헌들에 대한 수집열과 컬렉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르네상스문화를 감히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영웅 나폴레옹도 미술품과 역사 유물을 수집하는 일을 전쟁 다음가는 관심사로 삼았으며, 처칠이나 루스벨트, 엘리자베스 여왕 등 수많은 세계 역사상의 인물들 모두가 아트 컬렉터였다.
아트 컬렉션은 예술품에 깃든 세계의 역사와 전설을 통해 안목과 시야를 넓히며 삶의 질을 높이는 최고의 격조 높은 취미활동이다. 국공립도 그렇지만 사립미술관은 인류가 꾸려온 역사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컬렉션이 낳은 시스템 중 하나이다. 그림과 컬렉션은 꼭 돈이 많은 부자만이 하는 전유물은 아니다.
20세기 유럽 현대미술의 최고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는 현대미술에 대한 그의 사랑을 엘리트 집단뿐만 아니라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했다. 그 역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일하게 시험에 합격해 본 것이 운전면허밖에 없었던 목재상 출신의 컬렉터로 출발했다. 뿐만 아니라 앤디워홀 재단 이사장인 조엘 왁스는 30년을 시의회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모은 컬렉션으로 부와 명성을 누릴 수 있었으며, 또 그렇게 모은 주옥 같은 소장품을 로스앤젤레스미술관에 기증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가수이자 컬렉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11세 때부터 남의 애를 봐주거나 중국집 식당에서 일해 받은 푼돈으로 골동품, 미술품을 사는 것으로 컬렉터가 되었다.
미술품 수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열정(passion)과 안목(eye)이라고 했다. 이제 그림 사는 일을 아름답게 생각해야지 돈을 많이 가진 자의 사치스러운 행위로 치부하거나 매도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미술시장이 어려운 때에 더욱 여유 있는 컬렉터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 그것은 문화를 가꾸고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100개도 안되는 사립미술관들이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존재로 남아 있는 이유도 이러한 일에 아낌없이 개인의 모든 부와 열정을 희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종근 홍익대 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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