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에서 의왕구간 전철 안에서/소리 짓밟히는 기아바이 행상꾼 녹음기 릴 테이프에서/그가 덜컥덜컥 튀어나온다/반쯤 돌린 초췌한 그의 옆얼굴//삶치고 허랑한 행상꾼 아닌 자들 있으랴//(......)//내 마음 시골학교/얕으막한 담장 밖에는 /올해도 어김없이/증기 배출하는 압력밥솥처럼 몸피 큰 나무 속에 오래 들끓던/덜 퍼진 밥알만한 수천수만 꽃알들/확확 터져 나왔는가 몰라/합주들 쿵쾅대며 실습하고 있는가 몰라
■ 그 물에서는 일상어처럼 쓴다는 그 말, 기아바이.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행상을 가리킨다. 오래 전 이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졸지에 실명이 왔거나, 혹은 큰 부도를 맞아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사정을 호소한 뒤에 물건을 팔던, 그 익숙한 레퍼토리를 생각하면, 기아바이는 그 인생 막장에 다다른 기아(饑餓)를 호소한 뒤 바이(buy)를 애걸하는데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도 있다. 기아바이를 바라보며 저 시인은 고3시절의 한 친구를 떠올렸다. 그것이 마음이다. 마음은 그 안에 시골학교를 그대로 두고 담장 밖에 여전히 밥알만한 이팝꽃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기아바이에서 저 시골학교로 가는데는 1초도 안걸리는 광속의 이동이다. 대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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