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문화부에서만 30년을 근무한 문화행정 관료들의 큰 형님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발탁했지만 끝내 고사했다. 정가에서도 공천 1순위로 끊임없는 구애를 받았다.
그는 2006년 문화부 차관 취임 6개월만에 경질되면서 ‘소오강호(笑傲江湖 : 강호의 패권싸움을 손톱의 때 만큼도 여기지 않음)'라는 말을 남겼다. 영화 동방불패의 원작인 ‘소오강호’는 중국 소설의 대가 진융(金庸)이 문화대혁명 시기 썼던 정치풍자 무협지다.
유 내정자는 당시 이임인사에서 “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조용히 떠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참고 가려 한다”면서 “농담이지만, 오래전 심심풀이로 읽었던 대중 무협소설의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목이 소오강호였든가 싶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당시 유 내정자의 경질 배경을 두곤 뒷말이 많았다.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일처리로 조직 안팎의 신망이 두터웠지만, 아리랑TV 낙하산 인사를 요구했던 청와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과의 갈등으로 보복인사를 당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는 조직을 떠난 뒤 을지대 부총장을 거쳐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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