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더 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첫아기에게 첫젖을 물린 날이라고 생각하라/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분노하지 말고/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침밥을 준비하라/어떤 이의 운명 앞에서는 신도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있다/내가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잔이 있으면 내가 마셔라(.....)
■ 저 인생론에 무엇이 더 필요하리. 가만히 개 한 마리가 되어 쭈그리고 앉아 알아듣지 못할 말까지를 경청하는 게 옳으리라. 저 말들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훈계를 하려는 게 아니라, 수고하고 견뎌온 인간의 살이에 대한 은은한 힐링의 언어들이다. 귀 담아 들어도 좋겠지만 흘려들어도 상관없다. 생각이 생각을 들볶아 생각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그 악력에 들인 핏대를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으면 그만이다. 개 귀에 경읽기일지라도, 개들도 숨소리로 전해오는 그 평화와 선의를 다 듣고 읽어낼 것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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