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조정 전년대비 22.2%↑, 절반 이상 성립
#. 국제결혼으로 남편을 만나 한국에 온 베트남 여성 A(27)씨는 횡령 혐의로 시동생(47)을 고소했다. A씨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남편의 보험금을 받아 주겠다며 4억 2000만원을 챙겨간 시동생이 3억 5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시동생이 돈을 빼돌리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는 A씨가 한국어에 서툰데다 한국제도도 잘 모르는 사정을 살펴 법률구조공단에 법률지원을 의뢰하고 지난해 11월 형사조정에 회부했다.
형사조정이란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나, 명예훼손·모욕·의료분쟁 등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다툼에 대해 고소가 이뤄진 경우, 국가기관 대신 중립적인 조정자가 나서 당사자들 간의 양보를 이끌어 내 다툼을 끝내도록 화해에 이르게 돕는 절차다.
끈질긴 설득과 노력 끝에 결국 A씨는 순차적으로 2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지난달 시동생과 화해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인 다문화 가정 피해자들의 경우 권리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있는데 형사조정으로 원만히 다툼이 해결됐다”고 전했다.
3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A씨처럼 형사조정제도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 사례는 형사조정이 의뢰된 전체 2만1413건 중 1만 280건(57%)으로 절반이 넘는다.
대검은 형사조정이 196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처벌 위주의 전통적인 형사사법정책이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국가형벌권 자제라는 회복적 사법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입고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면 결국 검·경의 조사를 거쳐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제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시범실시를 거쳐 지난 2007년 8월부터 형사조정제도 시행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국 각 검찰청에 설치된 형사조정위원회엔 변호사, 의사, 교육자, 종교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직업의 민간 전문가 2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형사조정위원회는 고소사건 당사자가 신청하거나 검사의 직권회부에 당사자가 동의할 때 열린다. 조정이 성립하면 당사자는 고소를 취소하고 검사는 불기소처분 등을 하게 된다.
형사조정은 도입 이래 꾸준히 그 실적이 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조정의뢰 규모는 전년대비 22.2% 늘었고 조정성립율도 7.3%p 증가했다. 검찰은 형사조정제도가 널리 알려지고 조정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임한 것을 형사조정이 활성화된 배경으로 꼽았다.
검찰은 향후 조정위원들의 전문역량을 키우기 위해 앞서 펴낸 ‘형사조정의 이론과 실무’ 교재를 통한 교육과 집합교육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은 또 우수 조정사례를 찾아내 담당 조정위원 등에 대한 포상과 더불어 이를 널리 알리고, 조정이 성립하면 그 결과를 최대한 사건처분에 반영할 방침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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