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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中企 코드 맞추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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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요즘 너도나도 '중소기업 지원'을 외쳐대고 있어서, 그 부분을 오히려 강조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담회 주제를 구성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계 당사자인 우리가 생각해도 낯간지러울 정도니까요."


다음달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한 금융업계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차기정부 출범 전 대통령 당선인과의 코드 맞추기는 통상 있어왔지만, 이 홍보담당자의 말마따나 최근 금융권에 불고 있는 '중기 지원' 열풍은 그 열기와 세기가 지나칠 정도다. 일부 유관 정부부처, 감독당국 뿐 아니라 금융업계까지 입만 열었다하면 '중소기업'이다.

물론 중기 지원을 강화하는 분위기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성장으로 많은 우량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어왔고, 금융권이 이 과정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금융권이 내놓고 있는 지원방안이 과연 얼마나 효율적이고 내실을 갖췄는지다. 그러나 일견 양적 지원확대로 일원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지난 한 해 중기 대출을 늘렸다며 자랑스레 성적표를 내밀었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개인사업자 대출만 키운 꼼수에 불과했다. 오히려 경기가 안 좋아질 때마다 상환을 요구하며 압박했던 전례도 있다. 정책금융기관들 역시 심도 있는 고민보다는 우선 표면적ㆍ양적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이 와중에 중기 업계의 기대치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아우성은 '손톱 밑 가시', '신발 속 돌멩이'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간 느꼈던 설움이 차기정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와 맞물리면서 민원이 빗발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업계가 그리는 청사진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야 하는 과제는 결국 지금 '중기 끌어안기'를 외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몫이다. 금융권 역시 핵심 당사자 중 한 축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그래서 필요하다. 또 마련된 방안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구태를 반복한다면 신발 속은 돌멩이로, 손톱 밑은 가시로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금융권의 부실로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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