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위조·뇌물·은폐·담합… 비리백화점 오명
작년 자체 징계직원만 85명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마약투약, 보증서 위조, 금품 및 향응수수, 허위 보고, 비리 은폐, 배임수재, 입찰담합.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안팎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의 제목들이다. 원자력발전소 관리를 맡고 있는 한수원의 사건사고는 그대로 원전 관리의 부실로 이어졌다. 수많은 사건사고 만큼이나 원전 고장과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해 원전사고는 2월 고리 1호기의 정전 은폐사건으로 시작해 6월 고리ㆍ영광 원전의 부품 납품 비리, 11월 영광 5ㆍ6호기, 울진 3ㆍ4호기, 신고리 3ㆍ4호기에서의 위조인증서 부품 사용 적발 등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국민들의 불안은 고조됐고 한수원은 그 불안의 크기만큼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 24일 품질보증서 위조 사건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로 한수원과 원전 내부의 각종 비리행태는 속살을 드러냈다. 업자들은 한수원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틈타 위조 보증서를 내세워 미검증 부품을 납품했으며 일부 원전 직원들은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잿밥에만 눈독을 들였다.
자재와 입찰 과정은 허술함 그 자체였다. 입찰 과정에서는 담합이 난무했다. 담당 부서로부터 납품 가격과 가능일을 기재한 '가견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받은 업체는 다른 업체에 더 높은 금액을 써내도록 부탁해 계약을 따냈다. '최초 견적의뢰 업체=낙찰업체'라는 등식이 나올 정도였다. 납품된 자재를 빼돌려 다시 사들인 사례도 있었다.
위조 보증서 문제는 심각했다. 위조된 품질보증서와 함께 한수원에 공급된 미검증 원전부품은 모두 377개 품목 1만396개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실제 원전에 설치된 미검증 부품은 178개 품목 6012개이며, 영광 5ㆍ6호기에 설치된 부품 등 현재까지 5700여개가 교체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죄가 중한 만큼 검찰의 회초리도 매서웠다. 검찰은 한수원 직원과 납품업체 관계자 등 19명을 적발해 11명(8명 구속)을 기소했다. 기소된 11명은 보증서 위조 5명(4명 구속), 금품수수 또는 배임수재 3명(2명 구속), 입찰 담합 4명(3명 구속ㆍ1명은 혐의 중복) 등이다.
한수원이 작년 한 해 동안 자체적으로 징계한 직원만도 85명에 달했다. 이는 2007년~2011년 5년 동안 적발한 82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특히 41명에 대해서는 징계 최고 수준인 해임 조치가 내려졌다. 2007~2011년에는 단 2명에 그쳤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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