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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유품정리 현장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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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족들 직접 정리 꺼리고 대행업체 찾는 경우 늘어

'고독사' 유품정리 현장 가봤더니… ▲ 유품정리 업체 대표 윤성기(53)씨가 작업복을 갖춰입은 채 계단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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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낡은 슬리퍼와 간장병, 썰렁한 아파트 구석에 놓인 이 물건들은 고(故) 최미자(가명·76) 할머니의 유품이다. 주인이 떠난 휑한 공간에는 고인이 최근까지 쓰던 물건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지난 15일 찾은 경기도 부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는 유품정리 업체 직원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4명의 업체 직원들과 함께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방에서 맡을 수 있는 눅눅한 먼지 냄새였다.

14평 남짓한 실내 한편에는 최 할머니가 쓰던 물건들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화장대와 탁자, 수첩, 앨범을 비롯해 신던 슬리퍼, 심지어 각종 조미료와 양념통까지 나와 있다.


유족을 대신해 현장에 나온 간병인 김모씨는 "고인이 쓰던 물건은 죄다 정리했다"며 짐들을 가리켰다. 노환으로 숨진 최 할머니는 하루 3시간 간병인이 방문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수 년 동안 홀로 지냈다. 간병 비용은 멀리 떨어져 사는 딸이 지불하고 있었다.

김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리 업체 직원들은 분주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제법 부피가 큰 가구는 조각으로 분해하고 땟자국이 남아 있는 이불과 옷가지 등은 포대자루에 쓸어 담았다. 한가득 씩 채운 자루가 여럿 들려 나간 뒤에야 작업이 끝났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고인의 유품을 대신 정리해주는 업체들도 바빠졌다. 일본에서 먼저 발달한 유품정리업은 최근 국내에서도 그 수가 부쩍 늘었다. 청소용역을 하는 업체들 가운데는 유품정리까지 서비스를 확대한 경우도 있다.


이들의 업무는 주로 고인의 집에서 이뤄지며 총 작업시간은 1~5시간 남짓이다. 서비스 비용은 최소 30만원부터 최대 100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방이나 건물을 얼마나 수리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 수거한 유품의 폐기 및 재활용 처리도 이들의 몫이다.


최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한 업체 대표 윤성기(53)씨는 "3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의뢰건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며 "과거에 비해 가족관계가 무너졌다는 게 피부로 와닿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유족들은 남은 뒷정리를 직접 하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많고 현금과 부동산을 제외하면 유품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고독사나 자살사건 자체도 많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독사' 유품정리 현장 가봤더니… ▲ (좌)윤성기씨가 현장 정리 후 소독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시신의 흔적이 남은 현장 모습


그가 한 달 동안 의뢰받는 유품정리 건수는 약 30여건. 이중 유족들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직장 문제 등으로 대행을 맡기는 경우가 80%에 달한다. 나머지는 죽은 뒤 한참 뒤에나 발견되는 고독사나 자살 현장이다.


윤씨는 "유족이나 집주인들이 보통 연락을 해오는데 전화상담 단계에서는 제대로 설명을 안해준다. 막상 현장에 가보고 나서야 불미스러운 죽음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그와 직원들이 그간 목격한 고독사 현장은 그야말로 비참했다. 인천시 동구 송림동의 한 현장에서는 시신에서 빠져나온 수분과 지방 때문에 구더기가 들끓었고 두피째 벗겨진 머리카락이 장판에 들러붙어 있기도 했다.


이 업체 직원 이길성(가명·53)씨는 "4~5명의 직원이 투입됐는데도 벽이며 장판까지 들어내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면서 "시신에서 흘러나온 분비물을 밟아 미끄러졌던 것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사망 후 며칠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는 고독사의 경우엔 유황 타는 냄새와 비슷한 시취(屍臭)가 곳곳에 배여 장판과 벽지를 뜯어내는 일도 다반사다. 여직원 최정미(가명·43)씨는 "무엇보다 시체 냄새가 말도 못한다. 하루 2~3번씩 샤워를 해도 냄새가 잘 가시지 않는다"며 "일을 시작한 1년 전에는 주변 눈치가 보여 식당에도 못갔을 정도다"고 토로했다.


유품정리를 의뢰한 고객에 대해 입단속을 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유품정리를 의뢰하는 집주인이나 유족들은 업체들이 최대한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해주길 바란다. 혹여 소문이라도 나면 방을 세놓거나 건물을 매매하는데 타격을 입을까 걱정이 돼서다.


윤씨는 "우리도 경비문제를 상의할 때 외에는 고객의 신상정보를 거의 묻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사망시점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현장을 다 치운 다음엔 사진을 촬영해 전송해주는 방식으로 확인을 시켜주고 수금을 한다"고 설명했다.


처리비용은 유품의 양과 현장의 훼손 정도에 따라 정해지며 수거한 짐들은 회사 내 보관창고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폐기처분할 것과 재활용할 것들을 걸러내고 상태가 양호한 옷가지들은 노인복지시설 등에 기부한다.


'고독사' 유품정리 현장 가봤더니… ▲ 작업을 마친 업체 직원들이 수거한 유품들을 트럭에 싣고 있다.


최할머니의 옷가지를 담은 포대자루를 옮기던 직원 김민석(가명·22)씨는 "사실상 이 옷들이 재활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혼자 살던 사람들이 입는 옷은 대부분 낡고 상태도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최초 유품정리 업체인 '키퍼스(Keepers)'의 한국지점을 낸 김석중 대표는 "고독사나 무연고사가 만연한 일본에서는 유품정리 서비스가 이미 청소나 정리 차원을 넘어 전문화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역시 무연사회 징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업체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인서 기자 en130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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