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시리즈 3. 국내 캐릭터시장 두 자릿수 성장…무한한 가능성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갖추려면 초기 비용과 시간투자가 열쇠
-팬시, 출판, 게임 등 사업영역 무한대
-모바일 앱 상품과 접목 땐 더 유망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지난 몇 년 간은 국내 캐릭터 산업 역사상 잊지 못할 해로 기억된다. 그동안 미국, 일본 등 문화선진국의 그늘에 가려 변방에 머물렀던 토종 캐릭터는 세계로 박차고 나가 이름을 떨쳤다. '아기공룡 둘리' 이후 자취를 감췄던 국가 대표 캐릭터 자리는 '뽀통령'(뽀롱뽀롱 뽀로로), '폴총리'(로보카 폴리)가 차지했고 캐니멀, 꼬마버스 타요, 부릉부릉 부르미즈 등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캐릭터도 어린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는 사이 산업 구조는 하청에서 독자 제작으로 성큼 이동했고 사업영역 확장에도 성공해 시장성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캐릭터 업계에선 벌써 "한국은 이미 애니메이션 5대 강국 이상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1 캐릭터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시장은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0년 기준 1593개의 업체에서 2만5102명의 직원들이 매출액 5조8968억원, 부가가치액 2조4755억원을 거둬들였다. 전년 대비 각각 10.1% 12.4%나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2억7632만 달러를 수출해 수입액(1억9045억 달러)을 가뿐히 눌렀다. 수출액이 16.8% 증가한 사이 수입액은 3% 줄어든 것.
국내 캐릭터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동안 세계 시장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2010년 1532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2011년 1534억 달러(추정치)로 0.13% 상승하는데 그쳤다는 전망이 나왔다. 시장 규모가 큰 문화선진국들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정체 현상을 보인 탓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국내 시장이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분석이다. 김일호 오콘 대표는 "뽀로로 이후에도 로보카 폴리, 디보, 부르미즈 등 글로벌한 캐릭터가 나왔다. 한국 캐릭터 산업의 위상이 업그레이드 돼 해외 시장에서 전과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며 "또 다른 글로벌한 캐릭터가 나와 성공신화를 이어갈 때"라고 말했다.
캐릭터 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었다. 단순히 만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캐릭터 산업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사업 영역간 울타리가 없다.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캐릭터 산업은 인기 캐릭터로 만드는 초기 비용과 시간을 제외하고 생산과 유통에 드는 비용이 급속도로 낮아진다"며 "팬시, 출판, 영화, 게임, 테마파크 등 관련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 전반에 걸쳐있는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가치 뻗치기를 성실히 해낸 캐릭터로는 단연 뽀로로가 꼽힌다. 역으로 뽀로로의 성장과정을 보면 국내 캐릭터 산업이 어느 단계까지 발전했고 미래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 뽀로로가 탄생한지 올해로 10주년. 7살 때 뽀로로를 만났던 아이는 어느새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훌쩍 커, 이들이 아이와 함께 추억을 공유할 날도 머지않았다. 탄생한지 40~50년이 지난 미국의 스누피(1958년), 푸우(1964년), 일본의 헬로 키티(1974년)처럼 세대를 뛰어넘는 캐릭터 탄생을 예고한 것.
뽀로로는 지난 10년간 국내 브라운관에서 나와 전 세계 120여개국으로 뻗어갔다. 인기를 등에 업고는 완구, 출판, 공연, 전시, 테마파크로 활동 반경을 넓혔고, 이달 24일에는 중국과 합작한 3D영화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까지 개봉된다. 극장판 뽀로로는 TV시리즈가 영화화돼 세계 시장으로 간 첫 사례이자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의 빗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현지화를 쫓아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핵심은 콘텐츠다. 김일호 대표는 "뽀로로의 성공 비결은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부모 마음을 담아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면서 "국내 시장에서 먼저 검증을 받고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모바일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방중화 페이퍼마마리 대표는 "온라인과 3D에 이어 새로운 창구로 떠오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콘텐츠 자체의 메시지 전달 뿐만 아니라 소스를 이용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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