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우울증을 치료해 준다며 감정이 북받친 여성을 껴안고 입을 맞춘 현직 교수에게 강제추행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자신의 아내를 추행했다며 강 모(52)씨가 현직 교수 이 모(53)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강 씨에게 300만원, 강 씨의 아내 조 모(44·여)씨에게 15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심리 상담을 받던 조 씨에게 입을 맞춘 행위가 조 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결은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보험업을 하는 조 씨는 교직원을 상대로 상품 판매를 해오다가 이 씨를 알게됐다. 조 씨는 지난 2001년 12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이 씨에게 우울증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이 씨는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담 후 괴로워하는 조 씨를 포옹하거나 입맞춤 했고, 조 씨는 이 사실을 남편에게 털어놨다.
이를 알게 된 남편 강 씨는 이 씨에게 항의했지만 오히려 이 씨가 허위사실이라며 자신을 고소하자, 강 씨는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씨가 강 씨와 조 씨에게 각각 500만원과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폐쇄된 공간에서 피상담자에게 입을 맞추는 행위를 격려행위라고 해석할 수 없다"며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추행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주장과 무고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이 씨가 강제추행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무고로 인해 강 씨 부부가 정신적 고통을 받아 위자료를 줄 의무가 있다며 강 씨와 조 씨의 배상금액을 각각 800만원과 25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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