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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송진형, 리켈메를 좋아했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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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송진형, 리켈메를 좋아했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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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아르헨티나 최후의 플레이메이커 후안 로만 리켈메. 그에겐 두 가지 상반된 별명이 있다. '마지막 로맨티스트'와 '현대 축구의 이단아'다.

오늘날 축구는 왕성한 활동량과 강한 압박, 속도와 체력을 요구한다. 리켈메는 달랐다. 활동 반경은 좁았고 수비력은 떨어졌다. 대신 드넓은 시야와 천재적인 패스로 경기를 '창조'했다. 그래서 그는 시쳇말로 "감독을 많이 타는 선수"이기도 했다.


송진형(제주)은 리켈메를 좋아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닮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빼어난 기량은 물론 선수 경력까지 리켈메와 비슷했다. 지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다. 10대 시절 프로에 데뷔했지만 감독은 그의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FC서울 시절은 축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고)명진이, (고)요한이, (이)청용이, (기)성용이 등 재능 많은 친구들과 호흡이 잘 맞았고, 2군에서 뛴 덕에 성적 부담도 없었다. 다만 당시 귀네슈 감독님께서 내 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하셨다. 친구들은 어느덧 프로선수로 성장하는데, 난 경기조차 뛰지 못했다. 점점 조급해졌다."


때 마침 호주 뉴캐슬 제츠에서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머리나 식힐 겸 떠났다. 바로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창조성을 사랑하는 지도자를 만나 꽃을 피웠다.


"겨우 3일만 훈련하고도 당시 감독님이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프로에선 처음 경험한 일이었고, 곧장 계약을 맺었다. 팀에 빠르게 자리 잡았고, 인기도 좋았다. 당시 뉴캐슬이 최강 팀인데다, 호주 선수들은 덩치도 크고 투박한 축구를 했다. 반면 나는 좀 다른 스타일이어서 색다르고 특별해보였나 보다.”


호주에서 3년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그는 이내 시선을 유럽으로 돌렸다. 유럽 진출을 모색하던 그에게 프랑스 2부리그 뚜르FC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도 행운이 따랐다.


"테스트를 봤는데 또 감독님이 굉장히 맘에 들어 하셨다. 덕분에 첫 해는 잘 보냈는데, 이듬해 감독님이 1부리그로 떠나시고 말았다. 설상가상 바뀐 감독님은 내 스타일을 안 좋아해 줄곧 벤치만 지켰다. 내가 감독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다. 어린 시절 리켈메가 롤모델이었는데, 그래서 그런 부분도 리켈메를 따라갔나 보다. (웃음)”


[피플+]송진형, 리켈메를 좋아했던 운명


바로 그때 제주 유나이티드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패스 축구를 추구하는 팀 스타일에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까지.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2012년 K리그로 돌아온 송진형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39경기 10골 5도움을 올리며 일약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생애 첫 A대표팀 선발의 기쁨도 찾아왔다.


"늘 한국이 그리웠다. 대표팀이나 K리그 경기를 틈틈이 챙겨보기도 했다. 그런데 새로운 팀을 알아보던 중 제주에서 연락이 왔다. 특히 박경훈 감독님이 날 마음에 들어 하셨기에 믿음을 갖고 돌아왔다. 패스를 강조하는 팀 스타일도 나와 잘 맞았고, 감독님도 내 플레이에 제한을 두지 않아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었다. 덕분에 지난여름 대표팀에도 선발됐는데, 유니폼을 받았을 때 뭉클했다. 청소년 대표 시절과는 다른 느낌이더라. 정말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는 자긍심이 생겼다.”


이제 송진형은 리켈메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단점을 넘어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선수가 되길 원한다.


"지금은 딱히 롤모델이 없다. 다만 바르셀로나 경기를 자주 챙겨본다. 보기에도 재밌고 나와 제주도 그런 스타일을 추구한다. 예전엔 몸싸움이 싫고 두려웠는데, 서양 선수들과 많이 부딪히며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 다만 공격에 나갔다가 볼이 끊겼을 때 수비로 내려가는 게 좀 힘들다. 그래서 이번 겨울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 체력을 끌어올리려 한다.”


굳은 각오는 올해 제주의 비상, 나아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시선으로 이어진다.


"올해는 공격 포인트도 20개 이상하고,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꼭 따내겠다. 월드컵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리그에서 잘하면 기회가 오지 않겠나. 서울 시절 친구들과 대표팀에서 함께 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또 언젠간 제주에서 유럽 무대로 직행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남기고 싶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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