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관객 끌어모은 영화 '타워'처럼 재난 진짜 일어난다면…
충격방지 벽·연기 막는 차단층·불안붙는 재료 등 안전장치 '효과'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해 108층 상공에서 인공눈을 뿌리던 헬기가 돌풍에 휩쓸리며 건물을 들이받고 폭발하면서 불이 붙는다. 80층 이상 상층부 스프링클러 배관이 얼어붙어 초기 진화에 실패한 타워스카이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이 굴뚝 역할을 하면서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다. 불에 달궈진 콘크리트가 폭렬현상에 의해 무너져 내리기 직전 쌍둥이 빌딩 전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불이 난 리버뷰 한 동을 폭발시킨다.
관객 5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의 줄거리다. 영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초고층 빌딩의 화재 등 재난방지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9·11 테러로 인한 뉴욕 세계무역센터(110층)의 붕괴, 2010년 부산 우동 골든스위트(38층) 주상복합 빌딩의 화재 등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는 초고층 빌딩의 사례가 있어서다. 재난이 언제든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초고층 빌딩의 재난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을까.
헬기가 충돌해 불이 붙는다는 영화 '타워'의 설정은 비행기 충돌로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의 테러를 연상시킨다. 타워스카이가 108층 쌍둥이 빌딩이란 점도 세계무역센터와 닮았다. 하지만 최근에 지어지는 초고층 빌딩은 헬기 등의 충돌로 인한 파손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도록 설계 때부터 구조를 만들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160층, 828m)를 시공한 삼성물산 관계자는 “테러 등 외부 충격에 대비해 충돌 방지용 콘크리트 벽을 세웠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동파에 의해 초동 진화에 실패한 영화 내용에 대해서도 “초고층의 경우 동파 염려가 되는 경우엔 파이프 내에 물이 남아 있지 않도록 관리된다”며 “파이프가 얼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지어지는 초고층 빌딩엔 대피 통로인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오히려 굴뚝 역할을 하면서 불이 번지는 매개체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한 설비도 잘 갖춰져 있다.
최고 80층 높이의 두산 해운대 위브더제니스의 경우 굴뚝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31·59층에 각각 직통계단의 전이층을 두었다. 전이층이란 지그재그로 계속 올라가는 계단의 형태에서 탈피해 중간 두 개 층에서는 문을 통과해 윗층 계단으로 올라가도록 차단층을 둔 것이다. 전이층 설치는 국내에선 이 빌딩이 처음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 피난 계단의 경우 복도와 계단 사이에 부속실이란 공간을 두고 바람이 뿜어져 나와 연기와 화염을 차단하는 가압식 재연설비를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입주민들이 빌딩 내 중식당에 모이는 장면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법규상 50층 또는 200m 이상 초고층 빌딩의 경우 30층 마다 한 개 층에 대피공간을 두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두산 해운대 위브더제니스는 31·59층을 대피층으로 설계했다. 롯데건설이 시공중인 잠실 롯데슈퍼타워(123층)의 경우 22·40·60·83·102층 등 총 5개층에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할 예정이다.
2010년 부산 골든스위트 화재 당시 외벽에 불이 붙어 삽시간에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인 것과는 달리 영화 속에서는 건물 내부의 불이 외벽엔 옮겨 붙진 않는다. 불이 붙지 않는 외장재 때문이다. 해운대 아이파크(최고 72층)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골든스위트의 경우 황금색 알루미늄 외장재를 구성하는 내부 심재로 불이 붙는 재질인 폴리에틸렌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해운대 아이파크에는 외장재로 불연성 재질인 유리(커튼월)를 사용하고 층간에 설치되는 패널도 실화테스트를 거친 준불연재료여서 외벽에 불이 붙을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콘크리트의 폭렬 현상을 막기 위해 고강도 콘크리트에 열전이를 최대한 막기 위한 코팅 기술도 이용되고 있다.
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재난 방지 관련법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시행된‘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률(일명 초고층 특별법)’이 좋은 예다.
이법에 따르면 50층 또는 200m 이상 초고층 건물의 경우 건축허가 전 재난 영향성 검토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는 시·도지사, 시·군·구청장의 요청으로 재난안전대책 본부장이 진행한다.
또 종합방재실과 피난안전구역 설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건물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숙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콘트롤타워로 총괄재난관리자라를 두도록 했다. 이 밖에 빌딩에 상주하는 5명 이상으로 구성된 초기대응대를 구성해야 하는 등 초고층 빌딩의 재난 대응책이 한층 강화됐다. 영화 속에서 재난 처리와는 상관이 없는 설비관리자인 대호(김상경)가 나서서 사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도 현실속 책임 소재와는 다르다. 롯데슈퍼타워의 경우 완공후 기술자급 총괄재난관리자를 포함해 총 23명의 방재 관련 직영 인력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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