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희망, 아시아] 투자 엘도라도 미얀마<下>
까다로운 절차에 개소까지 1년도
삼성전자, 쇼룸 개설 공격마케팅
CJ·현대차도 전사적 진출 채비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룰 바이 로(Rule by law)'보다 '룰 바이 맨(Rule by man)'이다."
미얀마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이같은 결론을 도출해냈다. 미얀마 진출을 위해서는 열정과 자본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는 외국인의 투자가 줄을 잇지만 이를 걸러낼 장치도 충분히 갖춰 놓은 만큼 장기간의 시간과 정부, 기업 등 현지 관계자와의 돈독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우->포스코->CJㆍ삼성..한국기업 진출 봇물= 미얀마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한국기업은 포스코다. 지난해말 미얀마 서열 2위인 총 군사령관이 다녀가는 등 미얀마포스코는 미얀마 정부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외국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얀마포스코는 TV광고에 나선 최초 외국기업으로, 이 곳에서 생산하는 '함석지붕'은 명품 반열에 든 상태다.
삼성전자와 CJ도 현지에서 인정받는 기업이다. 경제산업도시 양곤시내를 돌아보면 곳곳에 삼성 갤럭시S3 및 백색가전 관련 옥외광고판이 즐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점을 만들고 TV광고까지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 출시 후 판매량이 예상량(500대)보다 6배나 많이 팔리면서 미얀마 시장 공략에 더욱 공격적이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진출은 LG전자와의 격돌을 예고했다. LG전자는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이미 미얀마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현지 주민들은 "TV는 LG"라고 평할 정도로 LG에 대한 신임도가 높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백색가전을 판매하기 위한 쇼룸을 개설함에 따라 향후 상황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CJ의 경우 두번째 미얀마 진출이라는 점에서 사람, 전략, 분위기 등 3박자를 모두 갖췄다. 먼저 CJ는 영화관, 사료공장, 종계장, 참깨농장, 육상물류 등 전사적인 진출전략을 세웠다. 이는 미얀마 정부와 협상할 카드가 많다는 뜻이다. 또한 미얀마는 매일 한국 드라마 6~8편이 방영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이는 CJ 진출시 드라마에 나오는 먹거리 등 한류에 편승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미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현지 전문가까지 영입해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는 사실상 끝낸 상태다.
현대차도 일본 중고차들의 전략 시장인 미얀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현대차는 에이전시를 통해 차량 판매에 나설 계획으로, 에이전시 선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거론되는 업체는 현지 기업인 다이아몬드스타와 한국기업인 시티엔네이처로, 두 곳 중 한 곳을 선택해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랜드가 현지 봉재공장 두 곳을 인수한 상태이며 롯데그룹이 롯데리아 등 계열사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동완 태평양물산 법인장(상공회의소 회장)은 "진출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실제 가능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시간을 갖고 미얀마에 대해 공부하면서 진출 계획을 세워야 가장 빠른 시일내 현실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공기업 키워드 '룰 바이 맨(Rule by man)'= 사람을 알면 되지 않을 일도 성사시킬 수 있는게 미얀마다. 미얀마 생활 15년차인 이병수 미얀마CJ 법인장은 "미얀마의 경제 개방이 곧 기회의 개방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미얀마는 베트남, 폴란드 등 다른 국가의 급진적인 경제 개방에 따른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어 오히려 천천히 가겠다는 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이 미얀마 진출을 위해 조언을 얻다가도 돌아가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다른 동남아 진출시와 같이 '우리가 투자하면 이같은 경제적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식의 진출 방식은 백전백패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13년째 미얀마에 거주 중인 김창규 미얀마 포스코 법인장도 "미얀마는 정부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규제사업이라도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곳"이라며 "정부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파악하고 지원을 해주면서 진출 계획을 세워야 막힘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들도 인적 네트워크의 구성법에 대해서는 사업 기밀이라며 말을 피했다.
◆미얀마 현지 사무소 설립에만 최소 '3개월'= 미얀마 외국인투자법에 따라 회사를 설립하는데만 최소 34가지 서류가 필요하다. 미얀마 정부는 서류를 명확히 갖췄을 때 약 3개월이면 회사설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지 기업들은 미얀마 정부가 말하는 정확한 서류라는 것을 맞춰 내는 것도 어려우며 이를 심사해서 결정받는 것 자체에도 수개월이 소요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생각하고 신청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먼저 투자를 위해서는 미얀마 투자위원회에 투자허가를 신청하고 받아들여지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이어 국가기획ㆍ경제개발국 산하 투자 및 회사관리국(DICA)에 영업허가를 신청하고 인정받으면 국가기획ㆍ경제개발부 산하 회사등록사무소(CRO)의 승인을 통해 회사를 등록할 수 있다.
미얀마 1호 지점을 설립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인 박동진 우리은행 미얀마 양곤사무소장은 "사무소 설립에만 3달이 걸렸다"며 "다른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소요한 기간보다 3개월 가량 줄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얀마 정부는 외국인 투자법을 통해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 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목재 벌채 및 판매 등 산림 관련분야, 석유ㆍ천연가스의 채굴ㆍ판매, 진주ㆍ비취 등 보석 채굴ㆍ수출, 수산업, 우편ㆍ통신업, 항공ㆍ철도업, 은행ㆍ보험업, 라디오ㆍTV방송사업, 발전사업, 방산업 등은 외국인 참여가 제한돼 있다.
여기에 외국법인은 부동산을 소유할 수 없어, 금융기관의 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해외차입도 투자위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자기자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내수판매 등을 위해서는 합자회사 형태로 진출해야 하며 단 1%지분이라도 외국인이 소유하면 외국기업으로 간주된다. 금융시스템의 낙후와 제도의 불합리성에 따라 달러 송금도 제한적이며 외국인은 어떤 비자를 받더라도 70일 체류 후에는 타국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
양곤(미얀마)=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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