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은행 등 금융업종에 대해서도 동반성장 평가에 나설 태세다. 어제 동반위 출범 2주년 기념식에서 유장희 위원장은 "금융권이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노력을 다하는지, 슬슬 피하는지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을 법적ㆍ제도적으로 규제한다면 동반위는 은행에 동반성장 문화를 심겠다고 했다.
유 위원장 말대로 '비 올 때 우산을 뺏는(기업이 어려울 때 대출을 회수하는)' 은행들의 행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은행의 기업대출을 동반성장 잣대로 점수화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기업의 현존 가치와 미래 성장성 등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통해 이뤄져야 할 대출을 캠페인 성격의 동반성장 문화 확산으로 재단하는 것은 무리다. 동반위는 다른 업종처럼 동반성장지수로 평가할지 별도 기준을 마련할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직 준비 단계이며 위원회의 공감대를 얻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내부 컨센서스와 방향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공약 발표하듯 정책을 추진해선 곤란하다.
은행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기업 간의 하청ㆍ납품 관계와 다르다. 은행 돈을 빌려 쓰고 이자를 내는 기업과 은행의 사이는 수직적인 갑ㆍ을의 관계가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다.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의 성격상 재무구조의 건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중소기업 대출을 이렇게 하라, 대출금을 회수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동반성장지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실기업을 지원했다가 동반 부실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대출 심사와 그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금융기관의 자율적 기능에 맡기는 것이 옳다. 은행의 건전성 관리 등에 대한 감독기관이 따로 있는데 동반위까지 나서는 모양새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자칫 동반성장 점수는 높은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낮은 기형 은행이 나올 수도 있다.
건실한 국가경제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은행에게 동반성장지수에 따른 목표치를 주고 중소기업 대출을 하라는 것은 리스크 관리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동반위는 공연한 욕심을 앞세워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그동안 추진해온 것을 착실히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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