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난 2월 있었던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가 사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미리 대책을 세워놓지 않아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2억7000만원을 들여 안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었지만, 나중에 비용을 아낀다는 이유로 돌연 계획을 취소해 결과적으로 988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5일 감사원이 공개한 국가핵심기반시설 위기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보면, 고리 1호기는 지난 2월 정전사고에 앞서 2007년 4월 비상디젤발전기 고장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당시 고장을 계기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웠다. 사고 원인이 비상발전기 부품 가운데 하나가 고장인 것으로 진단됐고, 한수원은 이듬해까지 해당부품을 이중화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몇달 후 한수원은 돌연 이중화계획을 취소했다. 해당부품이 단종된데다 2억7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아낀다는 이유를 댔다. 한수원은 이 계획을 취소하면서 다른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후 고리 1호기는 5년 가까이 비상발전기의 자동기동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운영됐던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2월 정전사고는 이런 상황에다 정비과정에서 감독업무를 게을리 한 탓에 발생했다. 당시 보호계전기 시험중 3대의 계전기를 한대씩 순차적으로 시험하도록 한 규정과 달리 시간을 아끼기 위해 단자를 분리하지 않고 컴퓨터를 이용해 계전기 2대에 대해 시험을 동시에 실시했다. 보호계전기란 전기회로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 부분을 회로에서 절단시키는 명령기능을 갖춘 장치로, 당시 이 과정을 진행한 용역업체 직원에 대해 한수원 담당자는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보호계전기 3대 가운데 2대에 이상신호가 발생해 소외전원이 차단됐다. 비상디젤발전기는 앞서 안전대책을 취소했던 탓에 자동기동하지 않았다. 고리 1호기는 이후 시정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147일간 가동이 정지됐다. 이 기간 발전손실액은 988억원으로 추정됐다. 감사원은 감독업무를 게을리 한 한수원 담당자 2명을 문책하고 다른 직원에게는 주의를 주라고 한수원 사장에게 통보했다.
한편 이번 감사 결과 영광원전 5ㆍ6호기 외에 고리원전 3ㆍ4호기에도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해당업체 두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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