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시설 타당성조사, KDI에 유리한 결론 압력
감사원 재정사업 예산운용실태 감사서 드러나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서울대병원 내부에 편의시설을 짓는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과정에 개입해 조사결과가 뒤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애초 사업 타당성이 부족해 처음부터 추진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었는데도 조사결과가 왜곡돼 1000억원이 넘는 사업이 그대로 추진됐다.
30일 감사원이 공개한 주요 재정사업 예산운용실태 감사결과를 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10년 '서울대병원 지하복합 진료공간 개발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재정부 공무원들이 결과가 사업시행에 유리하게 나오도록 KDI에 요청했다.
그 결과 추진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결론이 난 사업에 대해 승인이 났다. 1151억원짜리 사업으로 확정됐으며 다음달중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타당성 조사란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경제성 분석과 함께 정책 및 지역균형 등의 평가결과를 종합해 사업을 추진해도 되는지 따지는 과정이다. 각 조사항목별로 가중치를 적용해 '분석적 계층화법(AHP)종합점수'를 산출하며 이 수치가 0.5 이상이면 사업이 진행된다.
KDI가 서울대병원의 사업에 대해 처음 도출한 점수는 0.452였다. 사업을 진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었으나 재정부 공무원들은 AHP점수가 0.5 이상 나올 때까지 다시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처음 조사를 진행했던 전문가 가운데 3명이 빠진 상태에서 8차례나 다시 조사했고 결국 AHP점수가 0.501로 나왔다.
재정부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받자마자 바로 다음날 교육과학기술부에 결과를 통보했고, 바로 사업이 추진됐다. 이후 교과부 역시 KDI가 제시한 사업안보다 45억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계획을 임의로 택해 진행한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아직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지 않았으나 계획이 확정된 후 지난해와 올해 국비 84억여원이 지원됐다.
감사원은 "KDI는 사업타당성이 없다는 분석결과를 그대로 재정부에 통보해야 하고, 재정부는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낼 수 있도록 AHP평가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재정부 장관과 KDI원장에게 주의를 줬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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