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금융지원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재원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등 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면서 겪는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이 쉽게 개선되지 않아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감사원이 공개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실태 감사결과를 보면,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신용도 보통 이하 기업에 대한 보증비중은 2007년 69.2%에서 지난해 36.5%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용등급 우량업체에 대한 보증비중은 30.8%에서 63.5%로 늘었다.
신보는 기업의 채무를 보증해 자금을 원활히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기금으로, 관련규정에 따르면 담보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우선적으로 보증해주도록 돼 있지만 이 같은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자의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탓에 혜택을 받아야 할 곳이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신보가 지난 2008년부터 올해 3월까지 공급한 청년창업특례보증은 청년이 대표자로 있는 창업기업에 보증비율과 보증료를 우대해줘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아 3300억원이 조건이 나쁜 일반보증으로 처리됐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은 최근 3년간 심사과정에서 적절히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게 1200건 이상 적발됐다. 이 기간 전체 보증거절 건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벤처인증이나 특허를 갖고 있는 등 기술력이 보장된 기업이지만 재무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신청서를 접수조차 하지 못한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데 쓰여야 할 자금 수천억원이 엉뚱한 곳에 쓰인 일도 적발됐다. 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 고용창출특별자금을 관리한 한 직원은 지난 2월 특정기업에 1500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했다. 이 자금은 해당 기업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지원받는 재원으로 올해 2000억원이 배정된 상태였다.
감사원은 "기존 대출금 상환용도로 대출해 줬으나 이후 이 기업의 실제 고용인력은 122명 줄었다"면서 "지난해 미리 상향조정해 놓은 신용등급을 적용해 대출업무를 처리하고 시가 966억원에 달하는 담보를 제외하는 혜택을 줬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해당기관장에게 이 직원을 징계하도록 문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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