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감사원이 29일 공개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각종 정부 재원의 운용을 관리·감독할 금융당국의 허술한 일처리가 눈에 띈다.
당초 설립규정과 달리 신용보증기금(신보)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음에도 금융위원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금융위에서 매해 신보·기보의 업무계획을 승인하면서 담보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공급 목표 등을 구분해 승인하지 않은 채 총 보증규모 같은 곳에만 부여했다"고 밝혔다.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담보가 아닌 신용 대출을 권하고 있음에도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해 7개 은행에서 보증서담보대출이나 온렌딩 대출을 취급한 우량 중소기업 2300여곳의 대출액 5267억원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4분의 3에 달하는 3940억원이 담보대출이 아닌 지점장 차원에서 신용대출이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은 대출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보증서를 발급받도록 하고 있고, 신보는 보증사고를 피하기 위해 우량 중소기업 위주로 보증서를 발급하는 악순환이 유지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방치했던 셈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이 같은 실태를 파악하지 않아 신용보증기관이 당초 설립취지와 달리 우량 중소기업 위주로 보증을 운영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실제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지원이 미흡해지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장은 이 같은 업무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주의를 받았다.
기보는 기술평가인증서를 근거로 은행이 기업에 신용대출하고 있는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금융위와 국회 등에 보고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해 기술평가인증서 신용대출 1300여건을 점검한 결과, 239건은 대출 실행조차 되지 않았고 155건은 담보대출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신용대출 903건 역시 평가인증서에 의한 것인지 기업의 자체신용도에 따른 대출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과 기보 이사장에게 인증서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한편 기술평가인증서 신용대출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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