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2012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서 국내 신간 소설이 사라졌다. 힐링 에세이의 열풍으로 비소설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올해 소설은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2012년 연간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베스트셀러 100위권 안에 든 국내 소설은 전체의 10%인 10권으로 집계됐다. 이중에서 올해 출간된 작품은 박완서의 '기나긴 하루',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1',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연인들' 등 3권에 불과했다.
지난해 이전에 출간된 7권은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으로 재조명을 받으며 인기를 끌거나, 신경숙 등 인지도 높은 작가의 작품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른 정은궐의 '해를 품은달'은 드라마로 제작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18위에 오른 박범신의 '은교' 역시 영화 개봉과 맞물리면서 원작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스크린셀러의 인기는 국내소설뿐만 아니라 외국소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수잔 몰린스의 '헝거 게임' 등의 작품도 영화 개봉으로 호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에 진입했다.
이같은 스크린 셀러의 인기에 대해 교보문고 관계자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현상으로 인한 원작소설의 인기는 놀랍지만 영화 개봉 전후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장기화되지는 못했다"며 "오히려 이런 현상이 새로 나오는 소설과 신인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소설의 위기는 에세이의 부흥과도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 매우 적합한 장르인 에세이는 짧은 문장 속에서 위로와 공감을 얻으려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열풍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한 소장은 "읽기와 쓰기, 텍스트를 소비하는 구조가 바뀌는 시점에서 소설 역시 변화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반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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