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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매창의 '스스로 슬퍼함(自恨)ㆍ4'

시계아이콘00분 36초 소요

푸르름이 캄캄하구나, 는개가 버들을 에워싸서/붉음이 혼미하구나, 안개가 꽃을 짓눌러서/산의 노래 멀리 퍼지는데/뱃전의 피리소리 석양에 기울어지네
翠暗籠煙柳 紅迷霧壓花 山歌遙響處 漁笛夕陽斜


매창의 '스스로 슬퍼함(自恨)ㆍ4'


■ 시가 이런데도 환장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조선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 허허. 시의 윗구절에서 버들과 꽃이 봄을 다툰다고 했으니, 그것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한번 보라. 버들은 푸른 빛인데, 사랑이 떠나고 나니 눈앞이 캄캄해서 버들도 어두워졌다. 꽃은 붉은 빛인데, 그 남자가 떠나고 나니 눈물이 고여 붉은 색깔이 오히려 혼미하게 번졌다. 봄을 다투던 고운 버들과 꽃이 칙칙축축 저토록 공황상태가 된 풍경. 는개나 안개는 다 핑계로 끌어온 것일 뿐이다. 마지막 두 구절이 사람을 후빈다. 아까 술잔 앞에 마주 앉았던 매창과 남자는 이제, 서로 다른 곳에 있다. 매창은 산에서 노래를 부르고 남자는 배를 타고 저만큼 가 있다. 매창이 목이 쉰 채 남자를 향해 노래를 부를 때, 저쪽에서는 희미한 배 위에서 남자가 피리를 분다. 그 찢어지는 이별 사이로 노을이 들어와 슬그머니 기울어져 눕는다. 이런 절창을 평생 맛보지도 못한 채 지나가는 사람은 얼마나 안타까운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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