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바람 하룻밤 비에/버들과 매화가 봄을 다투네
이럴 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술잔 앞에서 사람 헤어지는 일이라
東風一夜雨 柳與梅爭春 對此最難堪 樽前惜別人
매창의 '스스로 슬퍼함(自恨)ㆍ2'
■ 혹시 이런 것 생각해봤는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고 할 때 왜 하필이면 동풍인지? 마이서풍이나 마이남풍, 마이북풍은 안되나? 말 귀에 서풍이 불면, 그건 알아듣나? 여기서 '동풍'은 그냥 동쪽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이 아니라 봄바람을 말한다. 봄바람이 부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이해하는 감수성이다. 말 귀에 아무리 그 사인을 줘도 알아먹지 못한다는 뜻이 속담에 담겨있다. 봄바람은 산들바람이다. 동풍이 불더니 하룻밤 비가 왔다. 촉촉해진 대지에 해가 비치니 봄버들과 봄매화가 서로 봄을 차지하겠다고 싸운다. 버들은 이별의 상징이고 매화는 사랑의 은유이다. 이별이 승할 것인가, 사랑이 승할 것인가. 이런 암시를 깔아놓은 뒤에 매창은 대략난감 사태를 고백한다. 이런 풍경 속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술잔 앞에 있는 저 남자와 굿바이하는 일이라고. 결국 버들의 판정승. 어쩔 것인가. 사랑이 이별이면 이별도 사랑이 아니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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