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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25년]평생의 스승 이병철·홍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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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기업경영의 숲을 배웠다
장인에게 그 속의 나무들을 배웠다
숲과 나무 모두 보는 법을 배웠다
홍진기 회장 회고록 통해 "경청즐기는 사위 가르치는 일 즐거워"


[이건희 회장 25년]평생의 스승 이병철·홍진기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이 중앙일보 윤전기를 시찰하고 있다. 이병철 선대 회장(사진 오른쪽),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사진 왼쪽), 이건희 회장(이병철 회장 뒤), 이재용 사장(사진 가운데) (출처=삼성그룹, 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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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5월 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4주간의 유럽 출장길에 나섰다. 어렵다, 어렵다 하는 유럽 경기를 직접 눈으로 살피고 경영전략을 세우기 위한 행보였다.


2주간 유럽 경기를 점검하고 다시 2주간 일본에서 경영구상을 한 뒤 5월 말 귀국한 이 회장은 귀국 직후 취재진들에게 한마디를 내 놓았다.

"생각보다 어렵다. 삼성은 괜찮을 것 같다."


단순한 한마디지만 삼성그룹과 재계는 즉각 반응했다. 삼성이 괜찮을 것 같다고 말을 마쳤던 이 회장은 미래전략실장을 교체하고 새벽출근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절주 캠페인, 수시인사 등 총체적인 위기경영에 나섰다.


이처럼 이 회장은 직설적이면서도 단순한 화법을 사용한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선다. 숲을 보고 와서 나무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손수 실천하는 것으로 지난 25년간 삼성그룹을 이끌어왔다.


이 같은 이 회장의 혜안과 과감한 결단력은 이 회장 스스로 스승이라고 줄곧 얘기하는 두 사람에게서 기인한 것이다. 첫번째 스승은 선친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고 두 번째 스승은 장인인 유민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다.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항상 선대 회장의 곁에 함께 했다. 항상 경영 일선에 동행하지만 선대 회장은 이 회장에게 자신의 결정이나 의도를 한번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자문역을 오랫동안 맡아왔던 이창우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저서 '다시 이병철에게 배워라'에서 "이병철 회장은 아들에게 교육시킬 때 2세 경영인으로서 상황 변화에 대처하는 '어떻게'의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했다"고 말혔다.


이 같은 가르침은 이 회장이 숱한 문제를 만날 때마다 경영진의 의견을 경청하고 스스로 '어떻게 대처할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이르렀다.


이 회장은 훗날 이 시기를 "현장을 통해 경영을 생각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살아움직이는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선 이론이 아닌 실제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선대 회장이 이 회장에게 거시적인 기업 경영에 대해 가르쳤다면 장인 홍 회장은 실질적인 기업 경영과 관련한 모든 것을 가르쳤다. 기업과 정치, 경제, 법률, 행정 등 입체적으로 작용하는 수많은 지식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생각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배웠다.


이 회장이 홍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1964년 와세대 대학 경제학부 졸업반 당시였다. 호암이 홍 회장과 함께 일본에 방문해 직접 소개를 받았다.


이 회장은 훗날 부인인 홍라희 여사에게 "첫 만남부터 장인이 좋았다"고 소회했다. 홍 회장 역시 자서전 '이사람아 공부해라'를 통해 "사위를 가르치는게 좋다"면서 "경청을 즐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머릿속에 쏙쏙 넣어주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선친과 장인에게서 기업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지식과 그 활용방법을 배움으로써 기업경영에 대한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안목 두 가지를 모두 갖추게 됐다.


이 회장의 입체적인 사고는 삼성전자를 키워내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80년대 당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 반도체는 아래로 파고들어가는 방식으로 반도체 용량을 늘려왔는데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아직 신생 반도체 업체이던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당시 이 회장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경영진들에게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지하로 파는 것 보다 위로 쌓는게 쉽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용량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이는 다시 미세공정 경쟁으로 이어지며 반도체 신화를 만들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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