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상황이 닥치자 ‘빅3’로 불리던 미국 3대 자동차기업 중 하나인 제너럴모터스(GM)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결국 미 연방정부가 500억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해야 했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0년 11월 GM은 뉴욕증시에 재상장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3년이 지난 지금 GM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정책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연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GM을 위시한 미국 자동차업계를 경제회복의 ‘치적’으로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그 속사정은 좀 다르다. 미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11월15일자)에서 미국 정부가 가진 GM의 잔여 지분 매각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연방정부는 2009년 공적자금 투입 당시 GM 지분 61%를 획득해 사실상 정부 소유로 만들었다. 그러나 GM이 뉴욕증시 재상장으로 231억달러를 조달하고 135억달러를 상환하면서 미 재무부가 보유한 지분은 현재 32%(약 5억주)로 줄어든 상태다.
GM은 올해 여름 재무부가 보유한 지분 중 2억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GM 주가가 너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20일 기준으로 GM의 주가는 주당 24.6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매입했던 주당 53달러보다 절반 이상 낮은 수준이다.
GM은 정부 지분을 하루빨리 모두 거둬들이고 싶어한다. 정부의 경영 간섭으로 고급 인력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거버먼트 모터스’라고 불렸던 달갑지 않은 이미지도 떨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주가가 절반도 안되는 상황에서 지분을 팔면 15억달러 가까운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셈이 된다. GM을 치적으로 내세운 오바마 정부 입장에서 국민들의 세금을 날리면 입장이 난처해진다. 때문에 GM의 지분 처리는 대선이 끝난 뒤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선은 끝났지만 GM 지분은 미국 정부에 여전히 ‘계륵’이다. 유럽 자동차시장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 여파로 침체에 빠진 데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경제도 성장세가 둔화됐다. 당분간 경기 호전으로 GM 주가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오르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갖고만 있을 수도 없다. 때문에 시장은 주가가 어느 정도만 오르면 정부가 다소간의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무부는 30달러 이상이면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재무차관보를 지낸 필립 스와겔 메릴랜드대 정책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GM 주가가 수익을 낼 정도까지 오를 수 없다는 것은 미국 정부도 알고 있다”면서 “선거 이후 여론의 관심이 연말 ‘재정절벽’과 세제개편에 집중됨에 따라 정부는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찾을 것이나, 5억주를 한꺼번에 팔기보다는 조금씩 단계적으로 풀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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