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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먼저 시비걸어도 심각한 폭행 당하면 보험혜택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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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먼저 시비를 걸었어도 상상 이상의 폭행을 당한 경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0년 6월2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B씨와 시비가 붙어 싸우다가 부상을 당해 치료비로 건강보험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8월 보험공단은 A씨의 보상이 쌍방폭행 사고여서 '급여제한 사유'에 해당된다며 치료비로 지급한 877만원을 징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A씨가 공단에 이의신청을 내자 공단 측은 "A씨가 상대에게 먼저 폭행을 가했고 단순히 A씨가 싸운 상대에 비해 더 중한 상해를 입었다고 해서 피해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이 사건 폭행으로 약 5일 동안 의식이 없다가 깨어났고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다.

A씨는 올해 3월 재차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한편 2010년 10월 서울서부지검은 A씨가 B씨를 수차례 주먹으로 때린 것은 인정했으나 동종 전과가 없고 우발적 범행이며 당시 중상을 입은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반면 B씨는 A씨를 바닥에 넘어뜨려 치료기간 8주를 요하는 머리뼈 골절상을 가한 혐의로 기소돼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법원의 판결문 등에도 쌍방폭행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고 B씨의 진술만을 믿고 싸움을 유발한 주된 책임이 A씨에게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설령 A씨에게 싸움을 유발한 주된 책임이 있다고 해도 A씨는 B씨로부터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범위를 초과하는 폭행을 당해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보험급여까지 제한되는 불이익을 입게 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박나영 기자 bohena@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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