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선진 합당…忠心은 잡겠는데 개혁얼굴엔 타격
충청 지지층 확대 등 중원권 공략 호재
선진당 구태정치 이미지, 정치쇄신에 악재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와 한 배를 탄다. 양당의 합당은 충청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도하는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박 후보가 '양날의 검'을 꺼내 든 셈이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은 25일 오후 3시 합당을 공식 선언한다. 박 후보와 이 대표는 전날 비공개 회동을 갖고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합당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은 빠른 시일 안에 실무절차를 마무리하고 수임기구를 구성해 합당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가장 큰 기대효과는 박 후보의 중원권 공략이다. 선진당은 소속 의원 4명에 정당 지지율이 1~2% 내외의 군소정당이지만 충청권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선진당이 지난 4·11 총선에서 얻은 지지율은 충남에서 20%, 대전에서 18%였다. 염홍철 대전시장을 비롯해 대전·충남 지역 기초단체장 10명, 광역의원 37명, 기초의원 83명도 선진당 소속이다.
박 후보는 최근 야권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뒤지고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고 위기감이 팽배한 시점이었다. 대통령선거 승리의 방정식에서 충청권은 언제나 중요한 변수였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매번 '충청이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과거 26만표로 당락이 결정된 2002년 대선에서 충청권은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57만표를 더 안겨줬다.
야권의 단일화에 맞선 보수대연합 효과도 기대하는 눈치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정통보수를 자처해 온 선진당이 합류할 경우 원내에 진출한 유일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게 된다. '집토끼'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박 후보는 김종필 전 총재, 이회창·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부담도 적지 않다. 일단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를 주도하는 개혁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선진당은 지역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구태정치의 오명도 담고 있어서다. 특히 15년 만에 10번째로 당적을 바꿔 '친정'으로 돌아온 이인제 대표는 여야와 무소속을 넘나든 유일무이한 기록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효과는 미미한데 이미지만 나빠진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여야가 정치 개혁을 주도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점에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은 군소 보수정당과 합당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선진당이 분열돼있는 점도 박 후보에게 마이너스 요소다. 합당 추진이 알려지자 이인제 대표와 갈등을 겪어온 이회창 전 대표측 일부 당원들은 지난 22일 서울남부지법에 이인제 대표 등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이어 성명을 통해 "박 후보가 이 대표와 공모해 끝내 장물아비가 되겠다면 공범으로 간주하겠다"며 "낙선운동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회창 대표는 총선 직후인 지난 5월 이인제 대표와 갈등을 겪다가 자유선진당을 탈당했다.
박 후보 측도 이 같은 점 때문에 흔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당을 통한 득(得)보다 합당을 안했을 때의 실(失)을 줄이는 차원에서 합당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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