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문점, 스포츠 브랜드숍, 화장품 브랜드숍, 24시간 편의점, 인터넷 쇼핑몰 등의 공통점은 '재화'를 판다는 것이다. 그 재화를 판매하는 이를 한국말로 '장사꾼'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셀러(seller)'라고 한다. 구시대의 장사꾼은 가격 표시가 되어 있는 재화를 펼쳐 놓고 "OO 사세요!"라고 외치면서 판매하면 됐다. 그러나 21세기 장사꾼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단순히 목소리가 크고 뛰어난 포장술에 그치지 않는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 문화를 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커피 문화라는 것은 커피의 재배 방법에서부터, 커피 배전(roasting)이나 드립(drip)의 종류,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이 커피 문화를 판매하는 사람이 매장에서 일하는 종업원, 즉 셀러의 역할이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단순히 신발을 파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스포츠 선수들에게 스폰서가 되어 그들의 열정을 판매한다"고 말했다. 더바디샵의 창업자 아니타 로딕은 단순한 화장품 회사의 경영자가 아니라 세계를 떠돌며 온몸을 다 바치는 열혈 환경보호 운동가다.
스타벅스, 나이키, 더바디샵. 이 세 회사 경영자들은 단순한 장사꾼, 셀러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이 파는 재화에 열정을 쏟고, 그 열정을 판매했던 것이다. 이 열정의 다른 이름은 바로 '스토리(story)'다.
이제 소비자들은 스토리를 산다. 이야기 속의 감동과 환희, 그리고 판타지를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사꾼, 셀러들은 이제 이야기꾼, '스토리텔러(story teller)'가 되어야 한다.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는 올여름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신사의 품격'에 간접광고(PPL)를 해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요즘은 웬만한 커피 전문점들은 방송 드라마 PPL을 많이 한다. 단순히 브랜드 노출만 하고 드라마가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어서, 시청률이 높다고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고 실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PPL 하는 곳들은 모두 성공해야 맞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망고식스는 왜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했고 실제 매장의 고객 유입률도 높았을까. 다름 아닌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에 있다.
드라마의 스토리에 자연스러운 매장 노출과 특정 메뉴와의 조합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방송되는 중에도 망고식스 매장에서 드라마와 관련된 사진과 영상, 음악 등을 활용하여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드라마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및 이벤트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고객들이 망고식스의 메뉴를 소비하러 온 것이 아니라 '신사의 품격' 판타지를 경험하러 오게 된 것이다. 고객들은 그 경험을 블로그나 각종 SNS를 통해 전파하고 공유했다.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재생산해 나간 셈이다.
최근 망고식스는 '고릴라 바닐라 셰이크'라는 메뉴를 만들어 이야기를 판매하고 있다. 바닐라 셰이크면 바닐라 셰이크지 왜 고릴라 바닐라 셰이크이고 왜 고릴라 캐릭터까지는 만들었까. 실제로 망고식스는 얼마 전부터 '망식이'라는 이름으로 고릴라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식음료만 판매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망고식스는 망고식스만의 이야기와 열정을 팔고 싶다. 이미 망고식스에 오는 고객들은 '이야기(story)'를 구매하러 오기 때문이다.
지금 어떤 사업이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가장 열정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마케팅하길 권한다. 그 열정과 이야기에 고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단순한 장사꾼, 셀러보다 스토리텔러가 되어보는 게 어떨까.
강훈 망고식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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