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가 유투브에 이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 http://dart.fss.or.kr)마저 점령했다. 내용과 파장은 '강남스타일'과 반대였다. 유투브를 점령한 강남스타일은 싸이를 세계적 가수로 만들어줬지만 '다트'에 올라온 지분관련 공시는 싸이 테마주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최근 3거래일간 가장 많이 본 문서는 디아이의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보고서였다. 디아이는 싸이의 아버지가 2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회사다. 최대주주는 작은아버지다.
비단 이 보고서뿐 아니다. 또 다른 주식보유 상황 보고서인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 상황보고서와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보고서도 각각 많이 본 문서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루에도 수십개에서 백여개씩 쏟아지는 금감원 보고서 중 상위권을 온통 디아의 보고서가 휩쓴 것. 디아이 열풍에 밀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는 3위에 머물렀다.
각기 다른 형태로 나왔지만 디아이 보고서들은 모두 한 사람의 지분매각 사실에 따른 보고서였다. 지분을 판 사람은 박원호 디아이 회장의 어머니이자 싸이의 할머니인 이애자씨. 이씨는 보유중이던 디아이 주식 120만5378주 중 5378주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천주 이하의 단주를 처분한 것이었지만 파장은 컸다. 이씨의 주식 매각 단가는 1만3100원. 싸이 열풍으로 디아이 주가가 최고점에 달했을 때 가격이다. 디아이는 7월말까지만 해도 1500원대에 불과했지만 8월부터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에 힘입어 오르기 시작, 9월 중순 이후에는 폭등세를 연출했다. 9월 중순 21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10월16일 장중 1만3100원까지 오른 것.
비록 소량이라지만 싸이의 할머니가 주식을 정리한 시점과 가격은 하필이면 주가가 최고가일 때였다. 이씨가 디아이 주식 일부를 팔아 챙긴 현금은 7045만원 수준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남은 주식이 120만주임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차익실현으로 보기는 어려운 물량과 금액이다.
문제는 이날부터 디아이 주가가 본격적으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16일 1만3100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디아이는 당장 그날 하한가로 밀리면서 4일 연속 하한가로 폭락했다. 1만3000원을 넘던 주가는 6870원까지 밀렸다. 대주주측 차익실현 물량은 크지 않았지만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나온 물량이라 충격파가 더 컸다.
유투브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각국 음악차트에서 선두권에 올랐다. 미국의 빌보드차트에서도 4주 연속 2위에 오를만큼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기획사의 대대적 마케팅 공세가 아닌 유투브 조회수 5억건을 넘는 인터넷의 힘이었다. 디아이는 싸이의 아버지가 하는 회사란 이유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급등했다.
증시 한 전문가는 "대주주 입장에서 보면 비록 소규모 물량일지 모르지만 민감한 시기, 주가 폭등기에 지분을 처분한 것은 주위의 오해를 살 소지가 많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매출 400억원대 회사를 분기 영업이익만 8조원이 넘는 회사(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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