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오종탁 기자]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4일 서울 효창공원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를 찾았다가 보수성향의 참석자들한테 봉변을 당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행사장에 도착해 관중석을 돌며 참석자들에게 악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빨간 옷을 입은 참석자 20명이 '햇볕 정책 폐기하라', '6·15 망령 사라져라'라는 손피켓을 들고 집단 항의했다.
문 후보를 향해 이들은 "함경도 빨갱이" "친북 종북 세력 물러가라" "꺼져 이 XX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특히 평안도와 강원도 지역 도민들은 자리한 관중에서 "왜 왔냐"며 야유가 쏟아졌다. 한 실향민은 함경남도 흥남이 고향인 문 후보에게 "문 후보도 실향민인데 왜 종북세력과 가까이 하느냐"며 소리쳤다.
문 후보가 경기장으로 가서 도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관중석으로부터 물병 10여개가 날아들었다. 이 가운데 문 후보는 맞지 않았지만 취재진 1명이 이마를 다치고 당직자 1명이 눈에 맞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흥분한 한 남성은 문 후보를 향해 물을 뿌려 경호원들이 급히 제지하기도 했다. 한 노인은 철제 의자를 집어던지려하면서 경호원들과 몸싸움도 벌였다.
운동장 한 바퀴를 다 돌고 난 뒤 문 후보는 당초 현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낮 12시 25분께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참가자들은 문 후보에 앞서 11시 43분에 도착한 안철수 후보에게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안 후보는 관중석을 돌며 인사를 했지만 욕설만이 되돌아왔다. 60대 한 남성이 "가라 이 XX야 '개X의 XX야 물러가라'고 고함을 쳤다.
정지욱 함경남도 체육회장은 안 후보에게 "실향민 대책이 뭡니까? 우리는 당장 고향에 가야하는데'고 따지듯 물은 뒤 안 후보가 "북한과 대화를 통해..."라고 답하자 "대화로 해결되느냐 천안함 사태로 46명이 죽고 애국가 부정하는 세력과 같이한다면 이 자리에 오실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당황한 안 후보는 10분간 현장에 머물렀다가 이내 자리에 떴다.
두 후보는 시차를 두고 현장을 차례로 방문해 두번째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종일 기자 livewin@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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