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팔려는 사람, 사려는 사람 모두 아파트값이 바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 눈치보기가 치열하다. 오르는 (전세)보증금에 매매를 고민하는 세입자의 문의는 늘지만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호가를 올려 거래가 엇갈린다.”(노원구 중계동 일대 L공인)
주택시장 바닥론 확산으로 매매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거래가 늘거나 매매값이 급등하는 등 객관적인 지표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이 저점이다”는 심리가 확산돼 매매를 고민하는 투자자와 세입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매매시장을 자극한 가장 큰 요인은 장기간 지속된 시장침체와 전셋값 상승이다. 지난 3분기만하더라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은 -1.44%로 지방은 물론 신도시와 수도권보다 낙폭이 컸다. 전국으로는 -0.77%로 지난해 3분기보다 2배 가까이 더 떨어졌다. 더이상의 저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꾸준히 오르는 전셋값도 매매시장 움직임에 한몫했다. 지난달 전국 전세가율은 62.1%로 200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했다. 서울 역시 53.3%로 2009년 1월 저점(38.2%)을 기록한 후 상승세가 이어지며 내집마련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문제는 확산되는 바닥론에 비해 실거래가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아파트 거래량은 ▲7월 2765건 ▲8월 2146건 ▲9월 2109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각 월당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물론 8월과 9월 거래건수는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 비교가능한 수치가 된다. 거래계약 후 60일까지 신고를 해야해서다.
현장 관계자들은 바닥론에 따른 매도자와 매수자의 심리전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전셋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매매값 하락 소식에 내집마련을 준비하더라도 매도자들의 막판 호가 올리기로 결국 가격차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분위기는 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대에서 두드러진다. 노원구 상계주공7단지 전용 41㎡는 지난 7월 1억55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2개월새 문의가 이어지며 10월에는 1200만원 가량 오른 1억675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전농SK(84㎡)도 비슷한 경우다. 1800여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매매문의가 늘고 있다고 판단한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려 9월 3억3000만원에서 10월 3억6000만원대로 거래값이 올랐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상반기 약보합세를 유지하다 하반기들어 매달 500만~1000만원씩 떨어져 실거래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지만 10월들어 다시 소폭 오르며 중소형대 매매값이 다소 뛰었다”고 전했다.
강남권도 마찬가지다. 대치동 선경1차(1~7동) 94㎡는 9월말 9억원에서 10월 9억6000만원으로 한달도 채 되지 않아 6000만원이 올랐다. 지난해 9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물건이 1년새 3억원이 빠진 것으로 9억원이 마지노선이라고 판단한 매도자들이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의 세금완화 대책에도 서울 등 수도권 수요자들은 주택구매에 따른 불안요인과 자금확보 어려움으로 매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집값 추가하락을 막으려는 집주인들의 영향으로 수요는 늘지만 거래가 줄어드는, 거래가 이뤄지더라고 거래값이 오르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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