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소송에 전방위 협력 제공 예상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구글 최고 법률책임자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삼성-애플의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 최고위 임원과 구글의 법률 실무 책임자와의 만남이라는 점, 면담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데이비드 드러먼드 구글 부사장은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해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사장)과 만나 삼성-애플 특허 소송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드러먼드 부사장은 구글 창립 당시 초대 법률 고문이었던 데다 현재는 구글의 최고법률책임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으로부터 특허 공격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특허, 법률 문제 등을 총괄한다. 삼성-애플 소송으로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 관계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최지성 부회장과 드러먼드 부사장과의 면담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최지성 부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애플과의 특허 소송을 총괄하고 있다.
그동안 최지성 부회장과 신종균 사장은 에릭 슈미트, 앤디 루빈 등 구글의 '얼굴' 역할을 하는 임원들과는 여러 차례 만났지만 법률 실무 책임자와의 만남이 알려진 적은 없었다. 이번 면담에서 드러먼드 부사장은 애플과의 특허 소송과 관련해 삼성전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이 비밀리에 면담을 진행한 게 삼성-애플 소송에 대한 구글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이 삼성전자에 대해 공개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 삼성 최고 임원과 구글 법률 실무자의 만남이 알려지면 부담스러울 수 있어 후방 지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달 방한했을 때 삼성-애플 소송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모바일쪽은 특허만 20만개 이상으로 특허 수가 과도하게 많다"며 " 특허를 무기로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생태계를 망치고 혁신을 억누르는 것은 최악의 행위 중 하나(one of the worst)"라고 말해 사실상 애플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법적 현안을 담당하는 드러먼드 부사장은 9일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속적인 안드로이드 개발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생태계 방어 노력을 함께 할 것"이라고만 언급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애플에 대한 비판이나 삼성전자에 대한 지원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권해영 기자 rogueh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