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식품업체들이 외식사업에 발목을 잡히며 '속병'을 앓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외식사업은 '캐시카우' 창구로 여겨져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원인도 있지만 획일화된 고급화 전략으로 고객과 접점을 좁히지 못해 경쟁력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높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그룹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쌀국수 전문점 '뚝배기집'의 1호점이 폐업한 이후 현재 서울에는 3호점인 강남 직영점만 남았다. 외식업계에서 1호점이라는 상징적인 곳이 문을 닫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 농심의 뚝배기집은 강남을 제외하고 부산과 분당에 각각 하나씩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심이 본격적인 외식산업 진출을 위해 주식회사 뚝배기 법인까지 만들어 외식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별 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가로 지점을 낼 계획도 무산됐다.
농심 관계자는 "1호점 서소문점의 경우 '안테나 숍'으로 본격 사업 전 운영 매뉴얼을 맞춰보는 곳이었기 때문에 문을 일찍 닫게 됐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 홍명식 사장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 치프리아니', 오리엔탈 레스토랑 '미세스마이', 회전초밥집 '사까나야'를 운영중이다. 이 중 미세스마이 홍대점은 1년 반 전에 영업을 중단했다. 미세스마이는 서울 파이낸스센터 지하에만 식당 한 곳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세스마이 홍대점이 있던 곳에는 동종 업종의 다른 레스토랑이 들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사가 잘됐으면 굳이 문을 닫을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매일유업도 커피전문점부터 이탈리아, 일식, 인도, 수제버거 레스토랑 등 9종류의 외식사업에 손을 댔지만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수제버거 전문점 '골든 버거 리퍼블릭'과 돈가스 레스토랑 '안즈' 등은 레스토랑을 더 늘리지 못한 채 하나의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식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외식업계 쪽에 판을 크게 벌린 것에 비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 우세하다.
더욱이 매일유업은 광둥식 레스토랑 '크리스탈 제이드 팰리스' 삼성점의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입점해 있던 인터콘티넨탈 증축 공사로 지난 6월30일 잠시 영업 중단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재입점할 곳을 찾지 못한 채 3개월이란 시간만 흘렀다. 매일유업에서 외식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엠즈다이닝(M's dining) 관계자는 "지난 3일 현대백화점 무역점에 다른 콘셉트의 크리스탈 제이드가 오픈하기도 했다"며 "아직까지 입점하지 못한 이유는 크리스탈 제이드 삼성점의 콘셉트에 딱 들어맞는 공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비난을 받던 식품업계의 외식산업 진출이 최근 들어 경기불황과 겹치면서 인기가 없는 곳은 서서히 문을 닫고 있다"며 "적자를 내면서까지 운영할 수는 없고 결국 경쟁력이 없으면 레스토랑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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