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가 2000선 근처를 떠날 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3분기 실적시즌이 개막됐다. 삼성전자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실적변수가 정체된 시장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으나, 3분기 실적에 관해서는 지나친 기대와 지나친 비관 모두 적절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기반으로 양호한 실적을 내놓는다 해도 실적 양극화 및 경기 둔화로 이들 외의 기업들의 실적은 대체로 저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한국의 실적전망 하향조정은 지난 7월 중 상당부분 이뤄졌고, 프리어닝시즌 중 하향조정 속도는 이전보다 둔화되는 모습이 관찰됐으므로 지나친 경계도 금물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익추정치 변화 추이 등을 살피며 업종별로 차별화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스트래티지스트= 지난 5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잠정실적(영업이익 기준)은 전문가 예상치 상단을 뛰어넘는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이익 비중을 감안할 때 3분기 실적 시즌의 분위기를 우려에서 안도로 바꿀만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이번 주 실적시즌이 개막된다. 알코아(9일)를 시작으로 셰브론(10일), 제이피모건체이스, 웰스파고(이상 12일) 등의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한다. S&P500 기업들의 경우 2분기에 IT 업종의 일회성 비용이 대규모로 발생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6%, 전분기대비 4% 감소했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미국 기업의 2분기 실적은 양호했다고 평가된다.
3분기에도 이 같은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S&P500 전체 순이익의 경우 2221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동기대비 6%, 전분기대비 11%의 증가율이다. 만약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이는 분기기준 사상최대 실적이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인다면 최근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S&P500 지수가 상향 돌파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코스피 등 글로벌 주요 지수들 역시 동조화 흐름을 보일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매크로 모멘텀이 부족한 시점에서 실적 시즌에 기대되는 호실적은 상승의 재료가 될 수 있다.
3분기에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은 IT 업종이다. IT 업종은 2분기에 순이익이 급감했었다. HP(하드웨어)와 마이크로스프트사(소프트웨어)의 일회성 비용 때문이다. 3분기에는 일회성 비용이 돌출될 가능성이 적어 양호한 이익이 기대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종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38.8%, 37.3% 증가할 전망이고 전분기 대비로는 145.0%, 72.6%의 증가가 기대된다.
◆유익선·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4분기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는 본격적 경기하강보다 경기 소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완만한 재고조정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주체가 부재하다는 측면에서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낮추고, 자산배분 전략은 다소 보수적으로 전환하는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3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지난 분기와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가운데 여타 업종은 기업실적 예상치의 하향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어닝시즌을 돌이켜보면 삼성전자에 대한 차익실현과 여타 종목의 실적 부진에 따라 지수 조정이 수반되었다는 학습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 발표에 따른 업종별 주가 하락 정도는 8~15%가량이었다. 이번에도 2분기와 같이 어닝시즌에 돌입하면서 기업이익 추정치가 급격히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3분기 어닝시즌을 대비한 업종별 전략은 전년동기대비, 전분기대비 기업이익 증가율 보다는 최근 추정치 변화에 좀 더 주시하며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업종별 이익수정비율과 한 달 및 한 주전 대비, 일주전 대비 순이익 추정치의 변화 정도가 큰 업종을 조사해 본 결과, 기계, 무역, 통신 업종의 기업이익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항공운송, 소매 등은 최근 추정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 정책 효과로부터 시작되는 선순환 구도가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시장의 관심은 어닝시즌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코리아(MSCI KOREA)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전망치와 이익수정비율에서 나타나듯이 현재 국내 기업이익은 최악의 상황을 지나긴 했으나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트랜드를 보면, 3분기 기업이익 전망치는 줄곧 하향조정됐으나 코스피는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확정치가 발표되는 이번달에도 이러한 현상이 가능할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번주 국내 증시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8일) 부터 EU 정상회의(18~19일)로 이어지는 유로존 불확실성 완화 기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금리인하 전망 등을 감안시, 조정 마무리 이후 추가상승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3분기 어닝시즌 투자전략도 전년동기대비 증감률의 반전과 불확실성 해소에 초점을 맞춘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높은 이익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 가격조정 마무리 콘셉트에 맞는 증권, 항공, 전자·부품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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