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강명석의 100퍼센트] <응답하라 1997>, 그 시절에 보내는 절박한 SOS

시계아이콘02분 2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강명석의 100퍼센트] <응답하라 1997>, 그 시절에 보내는 절박한 SOS
AD


tvN <응답하라 1997>은 세 개의 시절로 나눠진다. 1997년부터 1999년 초까지 H.O.T.의 팬 성시원(정은지)의 학창시절은 2012년 동창회에 모인 성시원과 친구들에 의해 회고된다. 그리고 1999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응답하라 1997>이 생략한 1999년부터 2004년이 있다. 이 5년 동안 성시원은 평생 친구이자 연인 같던 윤윤제(서인국)를 못 만났고, H.O.T.는 해체됐다.

10대의 성시원에게 1990년대 후반은 슬픔과 불안의 잠복기다. H.O.T.는 해체될 것이고, 성시원을 향한 윤윤제(서인국)의 마음은 전달되지 못하며, 윤윤제를 좋아하는 남자 강준희(호야)의 마음은 고백조차 할 수 없다. 윤윤제의 형 윤태웅(송종호)이 성시원을 좋아하는 것은 <응답하라 1997>가 1990년대 후반의 정서를 다루는 방식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청춘들이 고백과 파국으로 달려가는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시원은 H.O.T.를 있는 힘껏 사랑했고, 윤윤제는 성시원에게 마음을 고백하려 하며, 강준희는 윤윤제와 같은 학교를 다녀서라도 함께 있으려 한다. 성시원의 어머니(이일화)도 남편(성동일)이 암에 걸리자 암환자가 죽어가는 드라마의 내용이라도 어떻게든 바꾸려 노력한다. 말할 수 없는 슬픔을 품은 사람들이 다가올 고통에 대한 불안을 딛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 아이돌 그룹의 팬문화를 소재로 하되, 그 마음을 닿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순도 100%의 진심으로 존중했다.


<응답하라 1997>, 1990년대 그 이후


[강명석의 100퍼센트] <응답하라 1997>, 그 시절에 보내는 절박한 SOS 어른이 된 <응답하라 1997>의 청춘들은 고민보다 결정이 더 부각되고, 모든 문제에는 이상적인 해답이 있다.

그러나 성시원의 가장 고통스러운 5년을 건너 뛴 후, <응답하라 1997>은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는다. 성시원은 이미 윤윤제에 대한 마음을 깨달았고, 윤태웅은 두 사람의 마음을 알자마자 성시원을 포기하며, 그의 앞에는 매력적인 의사(주연)가 등장한다. 어른이 된 그들은 고민보다 결정이 더 부각되고, 모든 문제에는 이상적인 해답이 있다. 그래서 2005년 전후로 <응답하라 1997>의 1990년대는 의미가 달라진다. 첫 회에서 방송작가가 된 성시원은 “작가는 글만 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앵벌이 인생이다”라며 현실에 지친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동창회가 끝나는 마지막회의 윤윤제는 “그리하여, 실패해도 좋다”, “기다리는 사람만이 어른의 사랑을 할 수 있다”라는 말로 사랑과 인생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한다.


<응답하라 1997>의 1990년대가 첫 회에서 현실의 시작점이자 돌아올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면, 마지막회에서는 아름다웠으나 이미 지난 회고의 시절이다. “어른의 사랑”이 시작된 후부터 <응답하라 1997>은 더 이상 1990년대의 고민에 응답하지 않는다. 성시원의 현실적인 고민이 상당 부분 남편에 의해 해결되는 것은 이런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다. 성시원의 남편은 판사와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이고, 성시원은 필요하다면 두 사람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섭외할 수도 있다. 성시원의 주변인들이 대부분 성공하고, 가장 넉넉하지 못한 방성재(이시언)마저도 낙천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연출자 신원호 감독의 말대로 <응답하라 1997>이 지키고자 했던 판타지다.


현실적인 과거, 판타지 같은 현재가 말하는 것


[강명석의 100퍼센트] <응답하라 1997>, 그 시절에 보내는 절박한 SOS 2005년 이후의 삶이 주는 안정감은 시청자가 1990년대를 안전하게 회고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이다.


과거는 힘들되 낭만적이었고, 현재는 더 이상 치열하지 않은 대신 안정되고 편안하다. 복고를 다루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런 판타지의 힘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10-20대 초반을 보낸 세대는 아직 30대 중반 정도고, IMF 이후 그들 나이에 사회적 안정을 얻는 것은 윤윤제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쉽지 않다. 1999년 KBS <학교>는 10대들의 왕따, 자살, 학교 폭력 등을 전면적으로 다뤘다. 1996년 시작해 1998년 끝나는 성시원의 고교시절은 10대가 낭만의 시절로 인식되던 마지막 순간이자, 당시의 10대가 그래도 현실에서 비켜설 수 있던 시절이다. 자신의 윗세대와 달리 그들은 안정 속에서 과거를 돌아보기도 어렵지만, 그 때보다 더 좋은 시절을 찾기도 어렵다. 완성도만이라면 <응답하라 1997>은 1999년 10대들이 고민과 고통을 피할 수 없는 그 순간에 멈춰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7>의 정서적인 톤은 2005년 이후의 이야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긴 사족, 또는 후일담처럼 보일지라도 동창회가 상징하는 2005년 이후의 삶이 주는 판타지에 가까운 안정감은 시청자가 1990년대를 안전하게 회고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이다.


그래서 <응답하라 1997>은 무의식적으로 1990년대의 가치를 정의한다. 1990년대에도 10대들은 힘들었고, 고민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 시대를 추억할 대부분의 30대는 지금도 첫 회의 성시원처럼 힘들다. 마지막회에서 성시원의 부모가 나와 성시원의 동창들에게 덕담을 던지는 것은 지금 그들의 현재를 보여준다. 과거를 편안히 회고하기엔, 그들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젊고, 가야할 길이 많다. 첫 회의 성시원이 이 세대의 보편적인 현실이라면, 마지막회의 성시원은 이 세대가 꿈꾸는 판타지다. <응답하라 1997>은 이 절충을 통해 아직 회고할 수 없는 시절을 회고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가장 현실적인 디테일로 만들어낸 가장 환상적인 회고.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의 아이들이 그 시절에 보내는 절박한 SOS일지도 모른다. 순도 100%의 꿈은 이제 그 곳 밖에 없다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