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가락시장 현장 르포]태풍보다 무서운 '불경기'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태풍보다 불경기 여파에 상인들 울상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이현주 기자] "태풍이고 뭐고, 경기가 안좋아서 손님이 없다."

태풍 산바가 한반도를 강타한 다음날인 18일 오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말이다.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인 가락시장. 전날 전국을 휩쓴 '태풍' 때문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상인들은 하나같이 '경기'탓을 하며 울상을 지었다.


이날 수산물 시장에서 조기, 고등어 등 선어를 판매하는 상인은 "태풍은 둘째치고, 경기 때문인지 작년에 절반도 손님이 안 오는 것 같다"며 "제사상에 올리는 생선들도 줄여서 산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5~6마리씩 소쿠리에 담겨 있으면 그대로 사갔는데 올해는 그 중에서도 1~2마리만 골라서 사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가락시장 현장 르포]태풍보다 무서운 '불경기' ▲18일 오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불경기 여파로 추석 대목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AD


또 수산물 코너의 또 다른 상인은 "태풍 피해라고 하면 태풍 당일 손님이 없었던 정도"라며 "하루 배가 못 뜬다고 전체 흐름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용 굴비 포장에 여념없는 한 상인도 답답함을 표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굴비를 포장하고 있던 최모씨는 "작년에도 경기가 안좋아서 힘들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안 좋다"며 "그나마 가격이 작년보다는 조금 내려서 기대했는데 가격 내린 것 감안하면 매출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가락시장 현장 르포]태풍보다 무서운 '불경기' ▲18일 오후 가락시작 청과물 도매 시장 내부. 추석 때 판매될 예정인 사과와 배, 포도 등 과일이 쌓여있다.


과일 도매상도 태풍의 영향이 심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충북 조치원에서 1t트럭 가득 배를 싣고 온 정기수(48)씨는 "추석이 다가와서 배를 거의 대부분 수확한 상황이었다"며 "태풍이 불어 아직 수확시기가 남은 배들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뉴스에 나오는 것 만큼 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과일 도매를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한 관계자는 "농가에서 어느 정도 관리를 해서 그런지 태풍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평소 입하된 물량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과일 도매가 이뤄지는 시장 안쪽에는 그의 말처럼 사과와 배, 포도 등의 과일들이 수백 상자씩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도매 시장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과일 소매상들은 경기 여파를 체감하고 있었다. 가락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작년에 비해 사과나 배 같은 과일값은 작년보다 많이 내렸는데 찾는 손님은 그리 늘지 않았다"며 한숨지었다.


[가락시장 현장 르포]태풍보다 무서운 '불경기' ▲18일 오후 서울 가락동 농산물 시장. 불경기 여파로 추석 대목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채소를 판매하는 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산에서 재배된 배추와 열무를 파는 가락시장 상인 김병수(가명)씨는 "가락시장 채소는 경기도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많아서 이번 태풍에는 피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근, 연근 등 근채류를 주로 파는 상인도 태풍 영향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도 고냉지 배추를 파는 상인은 "배추 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고냉지 배추와 무 값도 올랐다. 하지만 이번 태풍의 영향은 아니다"라며 "불황이라 그런지 배추 값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배추 값을 물어보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누구도 배추를 선뜻 사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의 뒤에는 세 개씩 묶은 배추 묶음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강원도 평창 운두령에서 자란 오이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오이 크기가 작아서 세 개 1000원에 팔고 있다"면서 "태풍과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이날 가락시장을 찾은 박상철(68)씨는 "마트보다 싸다고 생각해서 시장에 자주 오는데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상인들이 태풍 때문에 앞으로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을 해 추석 땐 진짜 값이 크게 오를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이현주 기자 ecolh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