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골프장 민간 위탁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민간 위탁에 반발해온 주민들이 지난 3일부터 매립지로 들어오는 쓰레기에 대해 이른바 '준법 감시'를 시작하면서 반입량이 급감하고 있다.
사실상의 반입 제한이 계속될 경우 넘쳐나는 쓰레기로 수도권 지역에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오후 찾아간 수도권 제 2 쓰레기 매립지 하치장. 대형 굴삭기 한 대가 바닥에 부려진 검은 흙더미를 덤프트럭에 싣고 있었다. 알고 보니 흙더미는 경기도의 한 쓰레기 소각장에서 실려온 소각재였다. 수도권매립지 '주민협의체'가 내용물을 확인한 결과 가연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소각재를 되실려 보내는 중이었다.
주민협의체는 지난 3일부터 이런 식으로 각종 쓰레기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관련법 상 그대로 매립해선 안되는 이물질이 들었는지를 감시해 문제가 있으면 차량을 되돌려 보내고 있다. 주요 감시 항목은 재활용 쓰레기 분리 여부, 가연성 물질 혼합 정도, 침출수 과다 포함 여부 등이다.
'준법 감시'를 꺼린 쓰레기 운송차량들이 발 길을 돌리면서 수도권 매립지의 쓰레기 반입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감시 첫 날인 지난 3일 덤프트럭 610대(1만400여t)가 반입된 뒤 이튿 날 442대, 5일에는 225대, 6일에는 186대, 7일에는 120대로 양이 급감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주민협의체 관계자는 "이번 주 첫 반입이 이뤄진 오늘(10일)은 오후 3시까지 반입차량이 10여 대에 그쳤다"고 말했다.
지난 달 하루 평균 858대(1만4623t)가 수도권매립지를 드나든 점에 비춰볼 때 반입량 감소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9월 하루 평균 반입량은 811대, 1만3500t이었다.
매립지로 들어가지 못하는 쓰레기들은 고스란히 수도권 지역의 임시 적환장에 쌓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 감시가 길어지면 큰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매립지공사 관계자는 "반입량이 워낙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곳곳에서 쓰레기 처리문제가 불거질 개연성이 있졌"고 말했다.
매립지 일대 주민 대표들과 수도권매립지공사, 자치구 의원 등으로 구성된 주민협의체가 준법 감시에 나선 건 제 1 매립장 위에 들어선 '드림파크' 골프장 때문이다. 지난 8월 환경부가 골프장 운영을 갑자기 민간업체에 맡기겠다고 밝히자 '물리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매립지 일대 주민들은 "지난 20년 간 쓰레기 매립으로 큰 피해를 받아왔다"며 "골프장은 그 수익을 공원조성이나 주민 복지시설 등을 만드는데 써야 하는 공익시설이다. 민간업체에 운영을 위탁한다는 건 말 그대로 수익성 만을 쫓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강하게 비판해왔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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