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야만의 시대엔 형벌도 참혹했다. 고통은 길고 오래, 굴욕감은 최대로 줘야 했다. 죄수들은 잔인하고 참혹하게 죽어갔다. 거세, 끓이기, 피부 벗기기, 톱질, 굽기, 시신훼손 등 현재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형(刑)들이 다수의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잔혹했지만 그것은 당시 사법체계를 이루는 견고한 법질서 중 하나였다. 이러한 형벌은 정치적 이견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데 악용되기도 했다. 해외사이트 스매싱리스트(www.smashinglists.com),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게시물을 바탕으로 '참혹했던 역사 속 형벌'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 브레이즌불(Brazen Bull) =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 시칠리아섬 아크라가스(지금의 아그리젠토)의 참주 팔라리스 집권기에 만든 형벌이다. 청동으로 만든 황소형틀은 속이 비어 있고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문이 달린 구조였다. 사람을 집어넣고 자물쇠로 문을 잠근 다음 불을 피워 죽이는 방식이었다. 죄인의 비명이 분노한 황소 소리처럼 들릴 때 형을 멈추었다. 형을 마치고 나오는 죄수의 뼈를 팔찌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폭군 팔라리스는 기원전 554년경 자신이 만든 이 형틀에 의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 톱질형(Sawing) = 고대 로마 3대 황제(제위 37∼41) 칼리굴라 즉위 당시 행해졌던 형벌이다. 죄인을 거꾸로 매달아 놓고 큰 톱으로 반토막을 낸다. 사타구니에 칼을 넣어 머리까지 반으로 쪼갠다. 톱은 마지막에 두개골을 통과하기 때문에 죄인은 엄청난 양의 피를 쏟아내면서도 살아있는 채로 고통을 느끼게 된다. 폭군 칼리굴라는 형장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를 지켜봤다고 전해진다. 후에 아시아에서 비슷한 형이 생겼는데 서양의 톱질형과는 다르게 직립 상태에서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자르는 방식이었다.
◆ 끓이기(Boiling) =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17세기까지 행해졌던 형벌이다. 가마솥에 기름, 물, 산, 타르(석탄을 건류하면 생기는 물질), 텔로(소, 면양에서 채취한 지방), 녹은 납 등을 넣고 끓여 죄인을 죽이는 방식이다. 액체가 끓을 때 죄인을 바로 집어넣거나 찬물에 죄인을 집어넣고 끓는점이 도달할 때까지 기다렸다. 형 집행자는 죄인을 끓는 액체에 가라앉히기 위해 쇠막대로 누르기도 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잇와치(HRW)는 2002년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종교적인 이유로 무자파 아바조브(Muzafar Avazov)를 끓는물에 고문해 죽였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 목매달기, 장기적출, 4등분(Hanging Drawing and Quartering) = 영국에서 1351년부터 19세기까지 반역죄가 있는 남성을 다스릴 때 행해졌다. 말이 죄인을 형장으로 질질 끌고 간 다음 목을 매 짧은 시간 방치한다. 나무 널빤지에 묶어 내장을 드러내고 생식기를 자른 뒤 불구덩이 속에 버린다. 그런 다음 4등분을 한다. '영국화약음모사건'(1606년)에 가담했던 가이포크스가 이 형에 의해 죽었다. 가이포크스는 제임스 1세가 가톨릭 신자들을 박해하자 의회개원일에 맞춰 국왕과 왕비, 큰아들을 죽이려고 했지만 이는 미수에 그치고 그는 극형에 처해진다.
◆ 링치(Ling Chi)= 중국에서 900년부터 1905년까지 행해졌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몸의 부위부터 썰어 죽이는 방식이다. 팔, 다리, 가슴, 목과 심장 순이었다. 원나라 때는 사람의 몸을 100조각으로, 명나라 때는 1000조각으로 잘랐다. 목재 널빤지에 죄수를 묶고 행해졌는데 죄인에게 굴욕감을 주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아주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명말기 제갈량에 비견되던 장수 원숭환(袁崇煥)이 모반의 죄를 뒤집어 쓰고 이 형을 당해 죽었다. 혹자는 원숭환의 극형이 명나라 멸망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후에 그의 업적을 높이 산 백성들이 시신 몇 점과 옷가지를 거둬 장사를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 브레이킹휠(The Breaking Wheel) = 수레바퀴에 죄수를 묶고 아주 천천히 돌린 다음 망치나 철막대기로 때려쳐 뼈를 부러뜨리는 형벌이다. 죄수는 간혹 뼈를 부순 후에도 바로 죽지 않고 쇼크나 탈수가 온 다음에야 사망했다. 형집행으로 조각난 죄수의 몸은 다수가 볼 수 있도록 전시되었다. 19세기 유럽전역에서 널리 쓰이던 형벌이었다. 사형정보센터(DPIC,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8세기 흑인폭동자들을 죽이는 형벌로도 이용됐다.
◆ 거랏(Garotte) = 스페인에서 100년 동안 이뤄졌던 거랏형은 죄수를 질식시켜 숨지게 하는 형벌기구를 이용했다. 죄수를 말뚝에 고정시킨 다음 밧줄로 된 고리에 목을 넣어 밧줄을 조일 때까지 고리의 막대를 돌려 질식시키는 방식이었다. 나중에는 말뚝이 죄수를 속박하는 의자로 바뀌었고 밧줄은 금속고리로 바뀌었다. 스페인은 1940년까지 이 형벌을 지속했다. 사진은 악명 높은 필리핀 뉴 빌리비드 교도소에서 찍힌 것으로, 필리핀에서는 이 형벌이 1902년경에 폐지됐다.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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