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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온기 가득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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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온기 가득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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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애설 보고 웃었어요. 삼재의 대미를 장식하는구나! 하하하.” 개봉 전 영화 <연가시>의 홍보에 임해야 하는 이하늬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9년 동안 계속된 그녀의 채식주의는 2년 전 영상으로 인해 난데없는 폭격을 맞았고, 여행에서 벌에 쏘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카메라 앞에 서야했다. 거기다 인터뷰가 있던 당일에는 “팩트가 하나도 맞지 않는” 열애설이 터지기까지 했다. 스스로를 “액받이 배우”, “삼재”라고 비유하며 민감한 이야기들을 먼저 꺼낸 여배우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사람들한테 농담으로 그랬어요. 20년 뒤에 ‘먹든 말든’으로 고깃집 차린다고. (웃음) 웃어넘긴다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 심각한 건 이런 일들로 제 생활이 제약을 받고, 그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 얘기는 지나가는 건데 그걸 받아들여서 안으로 곪는 게 문제 아닐까요? 사람들이 이제 내가 하는 말은 다 뻥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제 남자친구 있다고 소문나서 그냥 남자인 친구들이랑은 못 만나겠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숨어 사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라, 나는 나대로 살게. 반사!’ (웃음) 이러려고 노력해요. 자꾸 주눅 들고 신경쓰다보면 구김살이 질 텐데 그러면 제가 너무 구겨질 거 같아요.”


그동안 이하늬가 연기했던 당당하고 건강한 캐릭터들과도 다를 바가 없는 그녀의 ‘무한 긍정’은 사실 타고난 것은 아니다. 수재인 언니와 몸이 아팠던 남동생 사이에 낀 “샌드위치” 같았던 둘째는 “뭘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가 없었고, 어머니마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때도 있었다. 거기에 오랫동안 공부했던 가야금은 어느 순간 자신을 “고독하고 답답하게” 만들었다. “정해진 나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미술과 바이올린, 춤 등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남들 눈에는 쟤 뭐야?”라고 보일 법한 시간들. 그러나 이하늬는 방황의 행로를 “조금 더 단단해지는” 길이라고 믿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공장으로 만들었다. “긍정적인 에너지는 가만 있는다고 나오는 건 아니더라구요. 늘 내 안에서 끊임없이 생산해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러면서 사람이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 거 같아요.” 아마 최근의 시련도 이하늬를 단단하게 하는 해풍이 될 것이고, 그 와중에도 그녀는 <연가시>처럼 누구도 생각 못했던 한 방을 위해 조용히 에너지를 모으고 있을 것이다. 다음은 어느 호러영화 못지않은 공포를 자아내는 <연가시>도 “가족영화”라서 좋다는 이하늬가 고른 따뜻한 영화들이다. <연가시>의 공포에 서늘한 갈증을 느낄 때, 그녀가 추천한 온기 가득한 영화들로 해갈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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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온기 가득한 영화들

1. <패밀리 맨> (The Family Man)
2000년 | 브렛 래트너

“저에게 하나의 지표가 된 영화예요. 일을 하다 보면 너무 지치고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가족들한테 한 번 웃어줄 여유도 없고.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예요. <패밀리 맨>을 보고 스스로에게 어떤 삶을 살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여자한테는 일을 하고 가정을 갖는다는 게 더 양립하기 힘들잖아요. 일을 하다보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상기시켜주는 영화라 자주 보고 있어요.”

어느 날 삶이 통째로 바뀐 남자가 있다. 성공을 위해 달리다 사랑을 놓쳐버린 잭(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주어진 다른 인생은 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다. 아이들을 재우며, 개를 산책시키며 소박한 모임을 가지며 다시 삶을 꾸려갈 힘을 얻는 잭의 이야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손색없다.


이하늬│온기 가득한 영화들

2. <50/50>
2011년 | 조나단 레빈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고 했을 때 그리고 스스로 불치병에 걸려서 죽는다는 걸 알았을 때 하루하루의 삶이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매일 울고불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일상처럼 보낼 수 있게 애쓸 거 같다, 그런 부분에서 실제적이면서도 따뜻한 영화였어요. 그리고 사람이니까 불치병에 걸려도 끝까지 사랑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게 인간인 것 같아요. 사랑이 없으면 삶이 공허한 거죠.”


어느 날 갑자기 사고처럼 찾아온 암. 병은 아담(조셉 고든-레빗)의 삶을 서서히 무너뜨릴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이 황폐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아담의 매일은 아름답다. 영화는 절망과 희망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조셉 고든-레빗뿐만 아니라 세스 로건, 안나 켄드릭 등 할리우드에서 지금 가장 젊고 능력 있는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이하늬│온기 가득한 영화들

3. <글래디에이터> (Gladiator)
2000년 | 리들리 스콧

“왜 그렇게 많이 봤는지 모를 정도로 수십 번은 본 것 같아요. 살면서 굉장한 시련을 겪고 많은 오해와 별별 일들을 다 겪지만 결국은 승리한다는 이야기가 좋았어요. 일반적인 영웅담은 별로 끌리지 않는데 <글래디에이터>나 <트로이>처럼 역사적인 영화는 좋아해요. 저도 언젠가는 러셀 크로우처럼 강인한 여전사를 해보고 싶어요. 오랫동안 태권도도 배웠고 워낙 신체가 건강하니까 그런 쪽으로 용이하지 않을까요? (웃음)”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막시무스(러셀 크로우)에게 패배란 없다. 싸우다 죽을지언정 무릎 꿇지 않는 이 남자의 일생이 파란만장 하리란 것은 뻔한 일. 장군에서 검투사로 추락하는 와중에도 기품을 잃지 않는 막시무스의 위엄은 수많은 남자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리들리 스콧과 러셀 크로우 콤비 최대의 흥행작.


이하늬│온기 가득한 영화들

4. <노트북> (The Notebook)
2004년 | 닉 카사베츠

“볼 때마다 그렇게 바보같이 많이 울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연인이 싸우는 신이었어요. 그냥 지나가는 장면인데도 목에 핏대를 올리며 싸우다가 또 미친 듯이 키스하는 두 사람을 보는데 아, 그게 연인인거죠. 이 죽일 놈의 사랑아! (웃음) 그렇게 둘 밖에 없는 예쁜 멜로 영화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죠. 요즘은 사랑이 너무 쉬워지는 것 같은데 영화처럼 그렇게 절실한,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랑도 해보고 싶어요.”


흔히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아름답다고들 한다. 이루어지지 않는 대신 영원히 흠결 없는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여자를 평생 현재 진행형으로 사랑한 남자가 있다. 설사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영화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효과적으로 공격한다.


이하늬│온기 가득한 영화들

5. <나쵸 리브레> (Nacho Libre)
2006년 | 자레드 헤스

“핸드폰에 넣어놓고 우울할 때마다 꺼내보는 영화예요. 말도 안 되는 스페니쉬를 영어에 섞어서 쓰면서 연기를 하는데, 정말 기발한 거 같아요. 애드리브의 향연들과 노래에 배꼽잡고 계속 키득키득 웃게 되는데 잭 블랙의 힘이 정말 대단하죠. 사람들이 잭 블랙이 새로운 영화하면 늘 궁금해 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코미디에 관심이 많고 시트콤을 굉장히 하고 싶거든요. 배우생활 오래 하다보면 저한테도 기회가 오겠죠? (웃음)”


살벌한 링 위를 소재로 이보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실제 멕시코의 한 신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감독의 전작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의 귀여운 폭탄 콤비에 이어 별난 레슬러 콤비를 탄생시켰다. 김C를 꼭 빼닮은 무쵸와 올챙이배마저 사랑스러운 구에로의 기상천외한 몸 개그는 가히 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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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온기 가득한 영화들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저는 무대에서 시작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스타가 되거나 예쁜 배우가 되거나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가 되거나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제 선택은 무대였어요. 그래서 소극장에서 처음 연기를 했고, 뉴욕에 가서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고생을 했지만 그게 지금까지도 배우 생활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어요.” 연기를 시작하던 순간의 각오가 아직도 자신을 움직인다는 이하늬는 지금, 그 각오 이상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음은 그녀의 내공이 모두 응축되어 만들어낼 결정적 장면에 대한 힌트다. “예전부터 악기 하는 사람은 왜 악기만 해야 하지? 악가무를 다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20대 때는 MC, 피쳐링, 드라마 등등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했고요. 제 에너지에 맞는 옷들을 입어보고 싶었어요. 지금 와서 보면 국악 했던 것도 언젠가 멋지게 써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게는 가야금, 판소리 같은 비밀병기가 있는 거니까 배우생활을 하다 보면 멋있게 꺼내놓을 때가 오지 않을까요? (웃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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