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산에 올랐다.
해발 1567m의 태백산 천제단. 15살 남짓의 중학교 1, 2학년생에겐 무리는 아닐까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그들은 더이상 인터넷에 빠지고, 과도한 학습량에 찌든 어린애들이 아니었다.
21일 엄홍길 희망원정대장, 박겸수 강북구청장과 함께 태백산 등정에 나선 학생들에겐 1567m는 한낱 숫자에 불과했다.
등산로 초입부터 경사는 가파랐다. 어린 학생들이 맞서기에는 만만치 않은 경로였다. 햇볕이 강하진 않았다. 좌우로 뻗은 울창한 수풀이 가는 길 곳곳에 그늘을 만들었다. 간혹 시원하게 피부에 와 닿는 산바람은 청량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느덧 학생들은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학생들을 진두지휘한 엄 대장 역시 연신 땀을 닦아내기에 분주했다.
하나 둘 씩 대열에서 이탈하는 학생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몸이 덜 풀린 탓인지 다리 근육에 경련이 생긴 학생도 있었고, 심지어 등반 전에 먹은 점심을 체해 복통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그들 옆엔 친구들이 있었다. 기운을 되찾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손을 맞잡고 살갗을 부딪치며 서로의 체온을 나눴다. 청소년 희망원정대 일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줬다. 물을 나눠 마시고 땀을 닦아주는 모습에선 우정이 샘솟았다. 정상을 향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캠프에 참가한 35명의 청소년들은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태백산 정상을 밟았다. 오르는 내내 흘린 땀으로 옷은 흠뻑 젖었지만 함께 해 힘들지 않았던 태백산 정복기였다.
그렇게 산을 오른 지 약 3시간.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天王壇)이 일행을 맞았다. 굽이굽이 한 없이 펼쳐진 산등성이 사이를 하얀 구름이 지나가며 장관을 연출했다.
천제단 옆쪽으로 피어오르는 희미한 뭉게구름에 탄성이 이어졌다. 서둘러 "야호!"를 외치기에 주변의 산과 멀리 보이는 물줄기는 한 폭의 그림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등정에 참가한 김상민(서라벌중 2년) 군은 "가파른 길을 힘겹게 올라오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와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등산을 통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우정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보경(여, 강북중 1년) 양 역시 "태어나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본 것 같다"며 "만날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밖에 나오니 너무 좋다"고 싱글벙글 웃었다.
엄 대장은 "등산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의 학교생활에도 열심히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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