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17일 '비(非)문재인' 대선주자들이 요구해 온 결선투표제를 전격적으로 수용함으로 대선주자들의 경선 룰 줄다리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특정 주자의 경선 불참 등 당내 대선주자 간 갈등은 큰 고비를 넘기게 됐고, 2·3·4위 후보들은 '연대'를 통해 역전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결선투표의 세부 방식과 배심원제 도입, 모바일 투표 비중 등을 둘러싸고 후속 논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민주당 경선 판도는 예측불허 상황을 맞게 됐다.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기지사 등 '비문(非文) 3인방'은 즉각 문 고문의 결선투표제 수용을 환영했다. 1차 경선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2·3·4위 후보들이 결선투표에서 연대할 경우 대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비문 3인방' 측은 결선투표제 관철로 문 고문의 기세를 꺾었다고 판단해 지지율 선두인 문 고문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모바일투표 비율 축소를 새 목표로 설정해 문 고문과 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95%에 달하는 모바일투표의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추기 위해 계속해서 '단일대오'를 유지해 힘을 모을 태세다. 김 전 지사는 "모바일이든, 직접 신청이든 다 똑같이 1인 1표로 돼 있다"며 "어떻게 보면 특정 연령이나 정파가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투표 50%, 모바일투표 50% 정도로 (경선 룰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핏 보면 '비문(非文)' 3인방 측이 '룰의 전쟁'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 고문의 대세에는 큰 균열을 내지 못했다는 분석도 많다. 당내 지지율 선두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문 고문이 여전히 상당한 격차로 경선에서 1위를 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2·3·4위 후보들이 2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 고문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4위 후보들이 단일화를 하기 위해서는 '담합'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문 고문은 기득권을 포기했다는 '노무현식 승부수'를 통해 명분이라는 더 큰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또 이미 한번 양보한 당에서 '비문' 후보 측이 요구하는 배심원제와 모바일 투표 비율 축소 등은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커 문 고문의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8일 "문 고문 캠프에서 결선투표제를 받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저쪽은 '담합' 논란을 감수해야 하는 반면 문 고문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아름다운 양보'를 통해 명분이라는 실리를 얻었다. 또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모바일 투표를 감안하면 이번 룰의 전쟁에서 문 고문이 잃은 것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당무위원회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경선룰 당규를 처리하면 당 경선은 완전국민경선을 먼저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결선투표까지 실시하는 2단계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원과 국민을 차등화하지 않고 선거인단으로 신청한 모든 이에게 1표씩 인정하는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하는 것은 정당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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