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하반기 영업익 "상반기 절반 예상"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승객들을 안전하게 모시고 오겠습니다."
포부당당하게 젊은 아가씨가 외쳤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큰 키에 마른 몸매였지만 눈이 살아있었다.
17일 김포공항에서 시작된 조현민 진에어 마케팅부 전무(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팀 상무)의 승무 체험은 간단한 브리핑과 함께 서막이 올랐다.
그는 승무원들과 비행정보, 공지사항 등을 공유한 뒤 객실승무장에게 "승객들의 안전에 무리가 없도록 부족한 부분은 혼내 달라"며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9시55분 비행기가 이륙했다. 이륙하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후 조 전무는 음료수를 들고 등장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묻고 음료수를 건넸다.
취재진을 제외한 나머지 승객들은 그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출발전 받은 '진에어 4주년 기념 초콜렛'과 취재진의 행동을 통해 특별한 행사겠거니 하고 추측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정성스런 손길로 음료수를 건네는 승무원의 따뜻한 마음만 챙겼다.
행사는 순조로운 듯 했다. 승객의 절반쯤 음료수를 건네받았을까. 갑자기 비행기가 흔들렸다. 그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탑승 전 조양호 한진그룹의 회장이 카카오톡으로 보낸 '파이런'이 떠올랐을 지도 모르겠다. 파이런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승리를 기원하며 쓰는 용어로 조 회장과 그가 '화이팅' 대신 쓰는 말이었다. '승객들에게 (음료수를) 쏟지 말고 잘해'라는 어머니의 응원도 생각났을 것이다.
그는 반사적으로 "고객님 잠시만요. 음료수를 쏟아서는 안돼서요."고 말했다. 그는 음료수 쟁반을 복도로 뺐다. 복도에 서서 1분여 시간이 흘렀다. 승무장도 비행기 앞 준비 공간에서 조 전무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기장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재빨리 기류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 전무는 천천히 자세를 돌려 되돌아갔다. 비행기는 이내 잠잠해졌고 그는 다시 서빙에 나섰다. 서빙이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 비행이 마무리됐다.
비행 후 그는 "날씨의 영향을 받았지만 잘 끝난 것 같다"며 "오히려 제가 잘했는지 승객들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다"고 겸손한 마음을 드러냈다.
조 전무는 이어 제주 칼호텔에서 진에어의 향후 경영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진에어는 올 상반기 영업익 80억원을 목표로 뛰어 78억원을 달성했다. 진에어는 2010년 이후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로는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흑자 행진 중이다. 다만 올 하반기는 상반기의 절반 수준의 영업익이 예상된다. 항공기 중정비가 있어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이같이 설명한 뒤 "5주년 행사에서도 '흑자'는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737-800항공기 한 대가 더 들어오고 필리핀과 중국 등지에 노선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표 중 그의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검은색 마이, 검은색 티셔츠, 청바지를 입었다. 액세서리는 과하지 않게 한 뒤 긴 머리를 뒤로 묶어 단정함을 더했다. 하지만 그만의 빛은 다소 죽어보이는 듯 했다. 활기차게 승객들의 서빙을 담당하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다음 발표문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그는 실적 발표가 끝나자 야심작 '나비포인트'를 공개했다.
나비 포인트제는 진에어의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다. 탑승 노선에 따라 10~40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고객은 누적된 적립 포인트에 따라 진에어 국내선 항공권으로 전환·사용할 수 있다. 김포-제주노선을 5번 왕복할 경우 주중 편도 탑승은 무료다.
그는 "커피 열 잔을 먹으면 한 잔은 공짜로 주는 것과 같다"며 "만약 괌을 갔다오셨다면 제주 한번 더 가시면 제주 항공권이 하나 더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박지성을 영입하는 등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는 에어아시아에 대해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보다 중요한건 승객의 안전"이라며 "진에어도 브랜드 마케팅에 열중할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승객들의 원하는 바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는가가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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