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미술관 특별기획전 '매화꽃이 있는 정원'
7월 13~9월 16일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설중군자'. 옛 문인과 학자, 예술가들은 시와 그림을 통해 '매화'의 덕을 칭송했다. 매화는 유교문화권에서 매난국죽 사군자 중에서도 '고고한 학자'로 의인화돼 존경을 받아왔다.
목판 문집 '매화시첩'에는 퇴계 이황이 평생동안 지은 매화시 90여수가 담겨있다. 이황은 매화를 ‘매형梅兄’, ‘매군梅君’, ‘매선梅仙’ 등으로 부르며 하나의 인격으로 대우했다. 이황의 매화예찬은 설곡 어몽룡, 소치 허련이나 의재 허백련의 등의 시와 그림에서 계승된다.
최근 블루칩 작가로 급부상한 고(故) 김환기 화백 역시 매화를 즐겨 그린 이였다. 김 화백은 우리나라 모더니즘 미술 1세대로 꼽힌다. 그는 해방 전후를 시작으로 1963년 뉴욕에 체류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산월, 달항아리, 사슴 등과 함께 매화를 즐겨 그렸다. 특히 매화도의 여러 형태중 달과 함께 그린 '월매도'가 많다. 그의 작품 속 매화는 우리 민족의 미감과 선비정신을 대변하고 있다.
조선의 글과 그림에서 비춰지는 매화를 김환기 화백이, 이어 송영방·문봉선·이동원 등 현재 중견 한국화가들이 그 맥을 잇고 있다. 송영방 화백의 매화 시리즈 작품은 매화가지에서 제일 먼저 돋아나는 꽃의 부드러운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월전 장우성과 산정 서세옥에게 그림을 배우면서 문인화의 정신세계가 바탕에 깔려있다. 화려한 색보다는 먹빛을 통한 담담한 자연이 잘 표현돼 있다. 문봉선 화백은 1980년 중반 이후부터 탐매(探梅)여행을 즐긴 화가다. 그의 홍매화도는 감각적이며, 굵은 가닥의 묵선으로 표현한 매화 가지들은 옛 선조들의 강인한 기개를 묘사한다.
현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작가들 역시 회화 재료를 넘어 미디어,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매화'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이남은 오원 장승업의 '홍백매십정병'과 강세황의 '난매국죽' 중 매화를 그린 옛 서화들을 차용해 후세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요소를 포함했다. 그의 매화 그림은 시각적 리듬감과 청각적 음향을 동원해 동적인 생명감으로 '디지털시대의 기운생동'을 표현해냈다.
권기수 화백의 경우 전통회화를 차용해 컴퓨터 그래픽 툴로 드로잉과 채색작업을 시도했다. 그래서 디자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권 화백은 문인화 뿐 아니라 산수화, 불화 등 전통회화 요소를 충실히 따르면서 소재와 구성에 무한한 각색과 재해석의 변주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그의 그림 '매화초옥도'에서 그 변주를 확인해볼 수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매화예찬론을 펼친 문인과 화가들. 이들을 만나볼 전시가 마련됐다. 오는 9월 16일까지 '매화꽃이 있는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환기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다. 환기미술관 관계자는 "1950~60년대 김환기의 매화작품과 문인화 속 매화를 통한 '아치고절'의 정신, 오늘날 재기 넘치는 사유로 매화를 표현하고 있는 우리 화가들을 총망라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2-391-7741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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