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국내 상장 5년 명과 암 시리즈(中)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지난해 3월22일 장이 시작한지 한 시간 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던 중국고섬의 거래가 정지됐다. 상장 두 달만의 일이었다. 정지 사유는 원주가 상장돼 있는 싱가포르거래소(SGX)에서 매매거래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중국고섬은 전날 SGX에서 주가가 24% 정도 급락하자 매매정지를 요청했고 SGX에서 거래가 정지된지 15시간만에 한국에서도 거래가 중단됐다. 바로 중국고섬 악몽의 시작이었다.
거래정지 후 사흘 후 중국고섬은 공시를 통해 회계상에 문제가 생겼음을 시인했다. 이후 중국고섬은 특별감사인을 선임해 특별감사를 진행했고 2010년 주주총회와 사업보고서 제출, 지난해 1분기 실적 공시 등을 수차례 미뤘다. 그 결과 중국고섬의 거래정지 사태는 장기화됐고 국내 상장된 외국기업들에 대한 불신감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이후 중국고섬은 2010, 2011년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주가 상장된 싱가포르에서의 거래재개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한국에서의 상장폐지 여부는 일단 보류된 상황이다. 중국고섬이 오는 25일까지 거래재개안을 SGX에 제출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후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고섬 사태 이후 국내에 상장된 외국기업들의 상황은 악화 일로를 달렸다. 일본기업 상장 1호였던 네프로아이티가 지난해 10월 청약증거금 횡령으로 상장폐지됐고 올해 4월에는 연합과기와 성융광전투자가 나란히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심사대에 올랐다가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기업은 '못믿을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다.
투자자들의 외면에 주가는 연일 추락했고 국내 증시에 신규 진입을 하려던 외국기업들도 발길을 돌렸다. 중국고섬 사태 이후 상장을 포기한 외국기업은 11곳에 달한다. 중국 현지에서 만난 상장기업 CEO들의 반응은 대부분이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한 중국기업 CEO는 "잘못을 저지른 한 기업 때문에 다른 기업들까지 싸잡아 저평가되는 이 상황이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현재 주가 수준과 우리 회사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2차 상장이나 다른 시장으로 이전하는 것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국기업에 대한 투심이 회복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기업 상장을 추진하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동안은 외국기업은 한국 증시에 발을 붙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기업에 대한 불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기업 CEO는 "투심이 회복되는 데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꾸준한 실적 증가세를 유지하며 시장이 다시 봐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 푸젠성, 장쑤성, 저장성=송화정 기자 pan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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