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7개월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5일(현지시간) 유럽경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경제하방리스크가 크고, 성장모멘텀은 떨어진다고 했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없고, 인플레이션 압박은 다소 줄어들고 있다고도 했다.
향후 양적완화 정책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부정적인 발언이다. 드라기 총채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고, 3년 만기 장기 대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ECB는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또 예금금리를 0~0,25%로 하향 조정했고, 대출 금리도 1.75%에서 1.5%로 내렸다. 유럽 경제 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금리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금리 발표 이후 있었던 기자회견 자리에서 "유로존 경제 전망이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며 "일부 리스크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로존 경제성장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성장 모멘텀도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기적으로 위험요인이 남아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회복을 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 압박도 약화되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올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이 낮아져 2%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채 매입과 장기 대출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견지했다. 그는 "비전통적인 방법들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며 "유럽재정안정메카니즘를 통해 당면한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부양책을 시행을 부인했다.
한편 드라기 총재의 이 같은 발언에 상승세를 보이던 유럽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ECB가 금리를 내리고, 영국중앙은행(BOE)은 채권매입프로그램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중국 인민은행도 대출·예금 금리를 내렸다. 잇따른 긍정적인 시그널에 투자자도 '사자'쪽으로 기울었지만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장이 뒤집힌 것이다.
이윤재 기자 gal-r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