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CEO단상]고객제일, 제1의 모토

시계아이콘01분 44초 소요

[CEO단상]고객제일, 제1의 모토 이순우 우리은행장
AD

1977년 겨울, 서울. 벌써 30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당시 신입 행원이던 나는 무뚝뚝하고 잘 웃지 않는, 심지어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직원이었다. 자존심만 강하던 나는 준비하던 공부를 접은 아쉬움, 새로운 업무에 대한 어려움 등이 합쳐져 거의 매일 울상이었다. 어느 날 옆자리에 근무하던 선배님이 술을 사주신다며 불렀다. 후미진 무교동 뒷골목. 술을 사주신다던 선배님은 대뜸 내 머리를 내려치며 호통치셨다. "그렇게 인상 쓰고 고객을 응대할 거면 당장 나가라!"


변명할 새도 없이 얼마나 혼이 났을까. 지금은 인생의 둘도 없는 멘토가 된 그 선배는 소주를 한 잔 따라주며 "항상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하고 배려해야 더 많은 고객이 네 안에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선배의 따끔한 충고에 다음 날부터 거울을 보며 입 근육을 손으로 움직여 억지로 웃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고객 제일'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누굴 만나든 밝게 웃으며 진심으로 대했던 시작이.

은행장에 오르고 첫 번째로 강조한 경영 방침이 바로 '고객 제일'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고객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지만 슬로건에 그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방침을 조직원들과 공유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CEO의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취임 후 고객 제일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현장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작은 시장 골목의 상인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표 기업 수장까지 우리은행 고객이라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만나고 또 만났다. 한 기자가 '과장된 표현'이 아니냐고 질문하여 약속이 빼곡하게 적힌 내 수첩을 직접 보여준 적이 있다.


작년 이맘때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는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 제일을 최우선으로 실천한 몇몇 직원들을 특별 승진시키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중 인천에 소재한 모 지점에서 6년간 청경으로 근무했던 직원이 있다. 인사 잘하고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 돕기를 주저하지 않던 그가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객을 위해 헌신하던 직원이 정당하게 평가 받은 것 같아 가슴이 뜨거워졌다는 한 고객의 엽서가 날아왔다.

우리은행에는 최고의 기업금융 은행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온다. 우리은행은 1899년 화폐 융통은 상무흥왕의 근본(돈을 원활히 돌게 하는 것이 국가 발전의 근본)이라는 이념 아래 조선 상인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직원들은 기업금융에 대해 일종의 사명감을 느낀다. 시장에서 기업이 어려울 때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을 처방하고 지원하는 '기업 주치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고 평가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객 제일은 단순한 슬로건이나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은행의 기본이자 핵심 역량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수석부행장 시절부터 최고고객책임자(CCO)로서 고객 제일의 가치를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직원들이 먼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심지어 휴가를 보내는 와중에서도 고객이 만족하는 우리은행을 만들기 위해 귀를 열고 고객의 소리를 듣고 있다.


지금 은행장실에는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깜짝 놀라는 것이 하나 있다. '당신이 최고야'라고 적힌 목걸이를 걸고 서 있는 조형물이 바로 그것이다. 언젠가 방문한 거래처의 사장님이 우리은행의 고객제일주의에 감사하며 보내 주신 선물이다. 나는 이것을 매일 반짝반짝하게 닦아 은행장실 바로 앞에 두고 있다. 혹자는 뭐 그렇게 유별나게 아끼느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고객이 우리에게 보내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흘러도 이 멋진 조형물은 같은 자리에 서 있을 것이며 우리은행의 고객 제일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