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재정성 지출을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대외여건 악화를 반영해 3.7%에서 3.3%로 낮췄다. 재정성 지출은 추가경정 예산은 짜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기존 정부 예산과 공기금 여유재원의 범위 안에서 8조5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상반기에 이미 실행한 조기 집행까지 포함한 연간 예산집행률 제고로 달성하겠다는 4조5000억원을 포함한 것이다. 성장 지향의 지출항목 간 조정은 시도되지도 않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정부가 내세운 외형적 지출 확대 금액 규모에 비해 그 경기부양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한마디로 '재정 소극주의'로 규정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이다. 물론 유럽 재정위기가 얼른 해결되지 않아 위기의 만성화와 침체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이는 대외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급하게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서봐야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금은 실탄을 소진하기보다 비축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그러나 발표된 경제정책 방향은 그런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정부가 내년에 재정균형을 달성한다는 것을 금과옥조로 받들다 보니 위기 대응, 성장잠재력 유지, 서민생활 지원에 필요한 재정 기능이 전반적으로 억눌리게 됐다.
대외여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으니 호전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재정 기능마저 위축되니 국민이 의지할 데가 없다.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빚 부담은 무거워 줄타기하듯 살아가는 서민들이 세계 경제 위기의 영향까지 여과 없이 다 받아내야 할 형편이다.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1년 전에 비해 4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통계상 취업자 증가 수치에 안도하는 눈치다. 저임금 서비스 업종의 고령자 취업이 급증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지는 현상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어려운 대외 여건이 오래간다면 내수 기반의 구조적 확대가 절실한데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다.
정부는 경제성장 탄력성을 유지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재정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재정의 실탄을 지키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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