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김두관 경남지사 측이 '뿔'이 단단히 났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27일 김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하는 문제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자 김 지사 측은 공식적인 입장은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격앙된 분위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문 고문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김 지사가 초선 지사로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저희들에게 크게 아픈 일"이라며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대선 경쟁에 나서고, 우리 쪽 후보가 되거나 될 가능성이 농후해질 때 사퇴하면 경남도민이 양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고문은 또 "(지사직 중도 사퇴는) 경남도민에게 큰 실망을 줄 수 있고 자칫 대선 때 경남에서 우리가 지지를 받는데 어려움을 줄지도 모른다"고 했다. 문 고문의 이 같은 발언은 대선에서 야권단일후보가 경남지역에서 표를 얻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으니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쟁에 나서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지지기반이 겹치니 '이번 말고 다음을 노리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문 고문과 김 지사는 지지기반(부산경남)과 지지세력(친노무현)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문 고문이 "솔직히 김 지사는 가장 껄끄러운 경쟁 상대"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부분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만약 김 지사가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출마에 나서게 되면 12월 대선 때 경남도지사 선거도 같이 치르게 된다.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고문으로서는 김 지사로 인해 경남의 민심이 흔들리는 게 달가울 리가 없는 것이다.
김 지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김 지사 측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김 지사가 가장 껄끄러운 경쟁자로 부상하니까 문 고문이 정치적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김 지사에게 대선 출마의 십자가를 지게 한 것은 4ㆍ11 총선의 '낙동강전투'에서 패배한 문 고문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양손에 떡을 들 수는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게 된다면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왔다.
김 지사 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당 안팎에서 지사직 사퇴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지역 야 3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로 이뤄진 도정 자문기구인 민주도정협의회는 "사상 처음으로 출범한 경남지역 야권 공동 정부가 유지돼야 한다"며 김 지사의 사퇴를 반대했다.
문성근 민주당 전 대표 권한대행도 최근 '지사직 유지'를 공개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우윤근 의원 등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다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도 사퇴할 경우 국고로 보전된 선거비용을 반환토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이달 말 낼 예정이다. 김 지사가 해당되지는 않지만 '김 지사 압박용'이라는 분석이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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